[사설] 사회적 관심도 못 따라가는 들쭉날쭉 판결/동물 학대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 마련하라

동물 학대자에게 징역형이 잇따라 선고돼 주목을 끈다. 대구지법 포항지원 형사 3단독이 21일 동물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A씨는 2019년부터 지역 내 대학교 캠퍼스, 초등학교 인근에서 길고양이 10여 마리를 잔혹하게 살해하고 전시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같은 법원에서는 20일에도 길고양이 16마리를 학대하고 살해한 이른바 ‘폐양어장 길고양이 학대’ 피고인에게 징역 1년4개월을 선고했다.

두 사건 모두 학대·살해 방법이 잔혹해 지역 사회에 충격을 줬다. 검찰은 동물보호법 외에 절도, 재물손괴 등 여러 혐의를 적용해 기소하면서 단죄 의지를 분명히 했다. 판결문은 ‘수법의 잔혹성과 생명 경시의 잠재적 위험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 사건에 제기됐던 우려와 공포심을 충분히 반영한 판시로 해석된다. 이날 형량을 보면서 고민하게 되는 문제가 있다. 전국 법원에서 내려지는 동물학대에 대한 형량이다. 재판부에 따른 차이가 너무 크다.

현행 동물학대죄의 법정 최고형은 3년이다. 실제 선고되는 형량은 들쭉날쭉이다.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의원이 법무부 등으로부터 제공 받은 자료가 있다. 2017년부터 올해 3월까지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구속 기소된 피고인은 전체 4천221명 중 4명이다. 1천965명(46.6%)은 불기소, 1천372명(32.5%)은 약식명령 처분을 받았다. 122명(2.9%)이 정식재판으로 넘겨졌는데, 실형은 19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징역 2년6개월, 1년4개월이다.

우리가 동물학대 사범에 대한 형량을 일률적으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처벌이 지나치게 솜방망이라는 동물보호단체의 주장도 그대로 존중한다. 문제는 불기소, 벌금, 실형을 오가는 처벌 편차다. 동물 살해의 구체적 상황은 자세히 보면 다 잔혹하다. 검찰에 의해 정식 기소될 사건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런 면에서 처벌의 편차, 특히 재판부에 따른 형량의 편차는 바람직해 보이지 않다. 만일 인명의 문제였더라도 이럴 수 있었을까.

정부가 지난해 대법원에 동물학대 관련 범죄 양형기준 마련을 요청했다. 작년 4월 출범한 제8기 양형위원회가 다른 시급한 양형기준 대상보다 법정형이 낮다는 등의 이유로 동물학대 관련 양형기준은 설정 대상에서 뺐다. 하지만 이제는 시기가 됐다. 설정해야 한다. 동물학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엄청나게 높아졌고, 그 적용을 두고 벌이는 사인간의 충돌도 심각하게 늘었다. 이 과도기적 혼란을 없애는 방법 중 하나가 엄격하고 예측 가능한 처벌 형량이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