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인적 쇄신과 혁신

새 포도주는 새 가죽부대에 넣어야 한다. 낡은 부대에 넣으면 발효를 이기지 못하고 터져 버리는 탓이다. 이 때문에 성경에는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말이 나온다. 보통 개혁이나 변화를 이루고자 할 때 자주 쓰이는 말이다. 기관·단체 등에서는 새 포도주는 사람으로, 새 가죽부대는 조직으로 표현하며 대대적인 인적 쇄신과 더불어 조직개편을 이룰 때 언급이 잦아진다.

지난 6월1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진 지 4개월이나 지났다. 인천시도 그동안 인사와 조직개편을 1차로 했고, 내년 초를 목표로 대대적인 인사 및 조직개편을 준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산하 공사·공단 및 출자·출연기관에 대한 새로운 기관장도 속속 임명 절차를 밟고 있다.

지역 안팎에서는 이들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우선 시와 이들 기관에서 일하는 수많은 직원들은 그동안 엉망이었던 조직, 즉 헌 가죽부대가 새 가죽부대로 바뀔까 하는 기대를 갖고 있다. 특히 그동안 권력에 빌붙어 부역자 노릇하며 직원들에게 갑질했던 자를 벌하는 인사, 즉 헌 술을 새 술로 바꿀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높다.

반대로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조직개편과 인사를 했는데도, 여전히 부역자들이 요직을 차지하고 각종 정책을 좌지우지하는 것을 여러 차례 봐온 탓이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커진다. 이 경우 내부에서는 ‘이럴 줄 알았어’, ‘역시 바뀌는 건 없어’라는 자조 섞인 한탄과 자포자기하는 직원들이 많아진다. 이는 민선 8기라는 배가 제대로 달리지 못하도록 발목을 잡는 요소다.

시민들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새 술이 만들어지고 새 가죽부대가 꾸려질 것이라 기대하며 투표를 했다. 이제 시민의 선택을 받은 유정복 인천시장과 그의 선택을 받은 새로운 기관장들이 그 기대에 부응해야 할 때다. 비록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아픔이 있더라도 인적 쇄신을 통한 혁신이 있어야 건전한 조직이 탄생할 것이다.

이민우 인천본사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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