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인천] 바다와 친하지 않은 항구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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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제 인천언론인클럽 회장

인류 역사는 도시 성장사로 비유된다. 산업혁명 이후 농촌 해체와 더불어 도시가 더욱 발달하며 20세기 말엔 세계 도시가 줄지어 등장했다. 국가보다 도시가 중요해져 ‘도시의 세기’로 불린다.

인천 또한 꾸준한 인구 증가세를 보이며 성장 가능성이 높은 도시로 꼽힌다. 스포츠경기로 치면 금, 은, 동 메달권에 속한 국내 3위권 대도시에 속한다. 그간 역대 민선시장들이 트라이포트, 명품도시, 경제수도, 문화 성시를 향해 뻗어 나가겠다고 큰소리를 쳤다, 민선 8기 목표가 ‘초일류도시’로 잡혔다. 이런 시정 목표가 제대로 구현됐다면 시민들의 자긍심과 자부심이 높아졌겠지만 아쉽게도 현실은 그렇지 않다. 도시 정체성이 불분명하니 ‘이부망천’과 같은 헛소리까지 회자됐다.

세계적으로 드물게 바다, 섬, 항만, 공항과 같은 자연적, 인위적 자원을 두루 갖춘 도시인데도 왜 이런 소리가 나올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인천은 항구도시임에도 바다와 그리 친숙하지 않다는 게 문제다.

바닷가 철조망이 꽤 철거됐으나 시민들이 여유롭게 즐길 만한 친수공간이 절대 부족하다. 근대 역사의 흔적이 즐비한 월미도~북성포구~만석부두~화수부두로 이어지는 도심 포구는 산업시설로 가로막혀 있다. 그중 역사적 가치가 높은 산업시설이 많다. 1934년 가동한 동일방직(옛 도오요방적), 1917년 사이토정미소로 시작된 삼화제분, 1938년 건물을 간직한 일진전기(옛 도쿄시바우라제작소), 노동운동의 산실 역할을 한 도시산업선교회 등이다. 1934년 발표된 강경애의 장편소설 ‘인간 문제’는 동일방직을 모델로 한 것이고, 1978년 초판 이후 300쇄를 찍을 만큼 인기를 끈 조세희의 연작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인천 공장지대와 달동네를 소재로 했다.

인천시가 인천 내항 재개발을 위해 벤치마킹했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NDSM 부두’는 민간의 예술적 창의력을 도시정책으로 수용한 대표적 사례다. 지역활동가 에바 드클럭 주도로 400여 명의 예술가, 기업인을 폐조선소에 끌어들여 영화 촬영과 공연, 전시회를 다양하게 진행했다. 또 매년 유럽 최대 빈티지마켓을 열어 불법 거주자 천국이었던 버려진 땅을 세계적인 복합 문화공간으로 바꾸었다.

인천에서 거창하게 추진했던 관 주도의 개발 프로젝트들이 용두사미 격으로 사라진 게 무수하다. 민관 역할을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거버넌스 파트너십을 잘 구축해 시민참여를 촉진하고 지역자원을 살리는 상향식 도시발전 모델이 절실할 때다. 구태의연한 하드웨어 중심의 성장 전략 사고에서 벗어나야 제물포 일대 구도심을 부활시킬 수 있을 것이다.

박희제 인천언론인클럽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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