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한국형 전투기 KF-21

쌕쌔기. 메뚜기목 여칫과 곤충의 이름이다. 어렸을 적 매년 이맘때 들녘에서 자주 봤었다. 떼 지어 하늘을 나는 모습이 장관이었다.

▶그땐 전투기를 ‘쌕쌔기’라고 불렀다. 전투기가 창공을 가르는 소리가 마치 ‘쌕쌕’이라는 의성어(擬聲語)로 들려서였다. 왜 그렇게 많은 전투기가 하늘을 날았을까. 전투기 굉음이 온누리를 흔들었다. 그래도 그 소리가 무섭지 않았다. 되레 믿음직스러웠다. 저런 비행기들이 우리의 하늘을 지켜주겠구나, 그런 안도감이 들었기 때문일까.

▶전투기는 영어로 파이터(Fighter)다. 넓은 공간을 동서남북으로 가르며 적국의 비행체를 격추하는 게 임무다. 대한민국도 이제 그런 전투기를 자체 생산하는 나라가 됐다. 지구촌에서도 몇 손가락 안에 꼽힌다. 자랑스럽다. 70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겠다.

▶엊그제 그 자랑스러운 한국형 전투기가 시험비행을 마쳤다고 한다. 알파벳으로 한국(Korea)과 전투기(Fighter)의 첫 글자를 따 KF에 2021년 완성했다는 의미에서 숫자 21을 붙여 ‘KF-21’로 명명됐다. 속도도 소리의 빠르기인 음속(音速)으로 비행한다. 아직은 시험비행 중이다.

▶내년에는 소리의 빠르기를 뛰어넘는 초음속 비행도 가능하다. 기본적인 항공기 시스템 안전성도 확보됐다. 앞서 지난 7월 최초 비행 이후 조종사 4명(공군과 관련 기업 각 2명)이 투입돼 10여회 비행한 것으로 파악했다.

▶KF-21의 성공 비행으로 ‘K-방산’도 급속도로 진화 중이다. 그 비결은 우수한 품질, 사용이 편하고 고장이 적은 운용성, 가격경쟁력 외에 탁월한 운영유지능력 등이다. 올해 방산 수출계약 규모는 지난해 70억 달러에서 100억 달러까지 전망된다고 한다. 전투기는 국가방위의 으뜸이자 완결이다.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쪽빛 가을 하늘을 비행하는 ‘쌕쌔기’를 올려다보면서 드는 안도감, 그것이 곧 자주국방의 요체( 要諦)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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