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감학원의 인권 유린 역사는 어디까지였을까. 선감학원은 일제가 안산 섬에 만든 소년수용소였다. 태평양전쟁의 전사를 양성한다는 명분이었다. 해방 뒤에는 부랑아 갱생과 교육이란 이름으로 계속 운영됐다. 말이 교육기관이지 수용된 청소년들에게는 생지옥 그 자체였다. 노역과 구타가 이뤄지는 ‘소년판 삼청교육대’였다. 40년간 이곳을 거쳐간 아이들만 4천명이 넘는다. 구타와 강제 노역, 영양실조로 수많은 아이들이 죽어 나갔다. 고통을 피해 탈출하다가 바다에 수장된 생명도 숱하다.
학원이 1982년 폐쇄됐지만 제대로 된 발굴은 없었다. 그 현장에 대한 발굴 작업이 40년 만에 비로소 이뤄졌다. 예상대로 암매장된 소년들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해와 유류품이 다수 발견됐다. 치아 20개 이상과 단추 4개 등이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선감학원 아동 인권침해’ 사건 희생자의 유해 매장 추정지를 시굴한 지 사흘 만이다. 선감동에 있는 매장지의 봉분 4기를 확인해서 나온 결과다. 시범적으로 발굴한 작업이었는데도 이 정도의 유류품이 쏟아져 나왔다.
근처에서는 2016년 나무 뿌리에 엉켜 있는 아동 유골과 작은 고무신 한 켤레가 발견된 바 있다. 지난 2020년 12월 진실화해위 조사에서 생존자 190명 중 상당수가 암매장 장소로 이곳을 지목했다. 이들의 증언, 당시 기록 등을 토대로 150여구의 유해가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지난달 26일 개토제를 열고 28일까지 봉분 4기를 시범 발굴한 것이다. 생존자들은 발견된 단추가 당시 입었던 원복에 달렸던 것으로 확인했다.
이번 발굴은 말 그대로 시범 발굴이다. 진실화해위가 진상을 밝히는 과정에서 실시한 확인이다. 이를 토대로 진실 규명 결과를 발표하고, 전면적인 발굴을 권고하게 된다. 권고 대상 기관은 경기도다. 경기도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관계자는 “진실화해위로부터 아직 공식적으로 전달 받은 내용은 없지만, 도 역시 적극적으로 후속 조치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감도는 토양이 산성이다. 아동의 유해는 삭는 속도가 빠르다. 전문가들은 선감도 발굴에 절차를 기다릴 시간이 없다고 말한다.
일제에 의해 유린 당하고, 독재 정권에 의해 유린 당한 어린 원혼들이다. 아이들이 이토록 참담하게 당했던 비극의 현장은 세계 역사 어디에도 없다. 발굴 과정에 어떤 참담한 장면이 시공을 초월해 우리 눈앞에 현시될지 공포스럽다. 유골 하나, 유품 하나마다 천추의 한이 서려 있는 아픈 현장일 것이다. 그 모습 하나하나가 나라 잃은 어른들, 인권 빼앗은 어른들이 떠 맡아야 할 업보다. 유해 한 구, 유품 하나까지 다 찾아내야 한다. 그것이 국가가 저들에게 다해야 할 작고 뒤늦은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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