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가 꿈꾼 도시 ‘네오토피아(Neotopia): 만물의 플랫폼, 수원화성’
수원화성 미디어아트쇼가 오는 23일까지 수원의 밤을 형형색색의 빛으로 수놓는다. 지난해 화서문에서 열렸던 미디어아트쇼에서도 미디어파사드디렉터로 참여했던 이력이 있는 홍유리 작가(42)는 기존의 건축물을 빛으로 감싸는 3D 프로젝션 맵핑 기법이 평소 주로 작업해왔던 영역의 연장선에 있다고 말한다. 그는 “민족 정신을 잇는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에 미디어파사드 작업을 연이어 해볼 수 있는 건 귀중한 경험"이라며 "화홍문은 활용 가능한 면이 다소 좁고 섬세한 특성을 지닌 건축물이기에 굉장한 도전 의식을 불러 오는 데다 수원천이 어우러지는 공간적 특성에 따라 구상할 수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라고 덧붙였다.
화홍문에 펼쳐지는 네 가지의 테마 중 ‘호호부실, 인인화락’을 해석하는 데 있어 홍 작가는 정조의 마음에 가까워지고자 노력했다. 정조는 당시 유토피아를 꿈꾸며 수원화성을 축조했는데, 그에 따라 화홍문을 수놓는 빛들이 새로운 유토피아인 네오토피아가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작업을 이어나갔다는 것이다. 그가 그려낸 ‘네오토피아(Neotopia): 만물의 플랫폼, 수원화성’은 사람과 자연 그리고 시스템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이상적인 도시다. 그는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하면서도 물질의 세계와 사유의 세계가 어우러지는 과정에서 시공을 초월한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고 설명했다. 이어 홍 작가는 “민중이 그린 민화들에서 영감을 받아 자유로운 색감과 다시점 구조를 차용해 이상 세계를 표현했으며 이를 통해, 정조가 마음으로 그리던 네오토피아를 역동적이고 개혁적이며 창조적 융합을 이루는 사회로 펼쳐내 보이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홍 작가는 이번 작업에서 시민들과 소통하는 기회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관람객들의 POV(Point of View)를 설정하는 작업을 두고 특히 고심했다. 그는 “화홍문은 정면성을 갖는 캔버스지만 함께 있는 수원천의 구조도 고려했다”며 “대부분의 관람객들은 측면에서 관람을 함과 동시에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본다. 따라서 그 어느 방향에서 보더라도 입체성과 몰입감을 느낄 수 있도록 신경을 많이 썼다”고 설명했다.
그는 장소의 공공성뿐 아니라 대중의 공감대를 고려하는 측면에서도 작업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홍 작가는 “오고 가는 시민들이 시청각적 체험에 만족할 수 있게 내러티브를 구성할 때 보편적인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끝으로 홍 작가는 이번 작업에서 네오토피아를 통해 전통 문화를 현대적인 언어로 풀어낸 것처럼 광화문 등 다른 장소에서의 작업에 있어서도 유사한 시도를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송상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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