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새 다양하게 쏟아지는 문화 콘텐츠들에 반영되는 화두가 있다면, 단연 ‘평행세계’와 ‘다중우주’다. ‘나’라는 존재가 우주 상에 유일무이한 존재가 아니며, 다른 차원과 다른 세계에서는 또 다른 ‘나’가 각자만의 삶을 꾸려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5일 재개봉한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과 ‘오는 12일 개봉할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독특한 세계관을 선보이는 영화 중 하나다.
■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스파이더맨 영화 시리즈는 2002년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을 시작으로 오랜 기간 관객들과 함께 호흡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12월에 개봉해 팬데믹에도 흥행 기록을 세웠던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획기적인 시도를 선보였다. 각기 다른 영화 제작·배급사에 다른 배우가 출연했던 세 편의 스파이더맨 프랜차이즈가 스크린 속 멀티버스(다중우주)를 통해 하나로 뭉쳐 관객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 것이다. 영화가 특별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세 편의 시리즈에서 각각의 서사를 꾸려갔던 스파이더맨들이 한 편의 영화에서 각자의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아픔을 치유하고, 성장을 도모하고, 협력과 화합의 장을 만들 수 있게 됐다. 다른 세계의 피터 파커가 이쪽 세계의 피터 파커의 고충을 공감해주는 장면들을 통해서 관객들은 차원과 우주를 넘나드는 소통을 경험하게 된다.
■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세탁소를 운영하며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에블린은 어느 날 자신이 멀티버스를 통해 세상을 구원할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간 살면서 모든 기회를 다 놓친 채 과거의 그늘에 발목을 붙잡혀 왔다. 관객들은 이민자이자 아내이자 어머니이자 여성인 한 사람이 자신을 둘러싼 세계와 소중한 사람들을 지켜내기 위해 어떤 고민에 빠지고 어떤 행동을 하게 되는지 따라가는 감상에 몰입할 수 있다. 영화 속 인물에 부여된 설정들과 소재에 담긴 수많은 의미를 가늠해볼 때는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도 열려 있기도 하다. 영화 자체가 다양한 감상을 이끌어낸다는 점도 중요하지만, 결국 삶을 꾸려나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건 내가 인식하는 지금 이 순간과 현실에 대한 감각이라는 걸 어렴풋이 상기시킨다는 점에서 관객들을 사유의 장으로 이끌 수 있다.
송상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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