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종교] 인생이란 참고 버티는 것

image
광우스님 화계사

한 청년이 있었다. 젊은 시절부터 자꾸 일이 꼬이더니 몇 번의 실패를 맛봤다. 마음의 상처를 입고 건강도 크게 잃었다. 자포자기 외톨이가 돼 슬픔 속에 묻혀 버렸다.

도무지 견디기 힘들었던 마음의 상처는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달았다. 몰래 준비한 다량의 수면제를 먹고 세상과 작별 인사를 선택한 것이다. 다행히 눈을 떠보니 병원이었다.

의사가 말하기를 요새는 수면제 성분이 옛날과 달라 웬만큼 먹어도 죽기 힘들다고 했다. 그러니 이제는 다른 마음 품지 말라고 했다.

청년은 헛웃음이 나왔다. 옆에서 울고 있는 어머니를 보며 죄책감에 가슴이 찢어지는 느낌이었다.

어느 날 꿈을 꿨다. 꿈속에서 아주 건강하고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는 자신이 보였다. 참 행복한 모습이었다.

부스스 꿈에서 깨고 멍한 상태로 화장실에 갔다. 순간 자신의 초라한 몰골이 거울에 비쳤다. 그때 내면에서 큰 울림이 들려 왔다고 한다. ‘아! 이대로는 안 된다. 더 이상 이대로는 안 된다.’

청년은 삶의 의지를 가다듬으며 새로운 결심을 했다. 일단 밖으로 나와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체력이 바닥나고 건강이 크게 무너진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운동은 걷기였다. 걷는 시간을 천천히 늘리면서 조금씩 체력을 되찾았다. 점점 운동량을 늘려 나갔다. 꾸준한 운동 덕분인지 눈에 띄게 건강이 좋아졌다. 청년은 일자리를 구했다. 불러주는 대로 여러 잡다한 일을 도맡았다. 너무나 힘들고 지쳤다. 때로는 감당하기 힘든 모욕도 당했다. 그때마다 청년은 생각했다. “이미 한 번 죽었다가 살아난 몸인데 이것도 못 참겠냐.”

청년은 마음을 독하게 먹고 묵묵히 일을 하며 견뎠다. 그러다 보니 주변에서 성실함을 인정받았다. 그렇게 쌓인 인맥 덕분에 탄탄한 직장도 얻고 좋은 인연을 만나 안정된 가정을 꾸리게 됐다. 청년은 지난 몇 년의 힘들었던 시절이 꿈결같이 느껴졌다. ‘그때 만약 내가 세상을 떠났다면 지금 이 행복을 느낄 수 있었을까?’ 그래서 지금 이 순간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물론 지금도 역경이 닥칠 때가 있다. 어떤 때는 너무 답답해 다 때려치우고 엎어 버리고 싶은 감정도 솟구친다. 그때마다 이렇게 마음을 다스렸다. ‘난 이미 한 번 죽었다가 살아난 사람이다. 그 힘든 시절도 이겼는데 지금 이 고통도 결국 지나갈 것이다.’

인생은 결코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만의 숙제가 있다. 그 숙제를 풀어가는 것은 결국 자신의 몫이다. 누구에게도 쉬운 인생은 없다. 쉽게 사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그 사람들도 자신만의 숙제가 있다. 쉽게 사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도 자신만의 고민이 있다.

원래 산다는 것은 아픈 거다. 인생을 온몸으로 부딪치며 사는데 아프지 않은 사람이 어디에 있으랴. 아프니까 인생이다. 누가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내가 이런 꼴 보면서까지 살아야 합니까?”

나는 대답했다.

“살아야죠. 당연히 살아야죠. 참으면서 꿋꿋이 살아가는 것, 그것이 인생입니다.”

살자. 살다 보면 힘들 때도 있고 버티다 보면 좋은 날도 찾아오는 것. 그것이 바로 인생 아니겠는가.

광우스님 화계사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