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 美 인플레이션 감축법•반도체산업육성법과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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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형 홍익정경연구소장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IRA)이 조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으로 지난 16일 발효됐다. 이 법안은 약값 개혁과 부자 증세 등으로 총 7천370억 달러의 유동성을 거둬들이고 이 중 4천370억달러를 에너지 안보와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예산 지출보다 총 수입 규모가 훨씬 커 ‘인플레이션 감축’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바이든 정부는 세수 확보를 이유로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기존과 다른 방식의 전기차 보급 대책을 포함시켰다. 과거에는 모든 전기차를 대상으로 보조금을 지급했지만 이제는 캐나다와 멕시코를 포함한 북미에서 최종 조립하는 ‘미국산’ 전기차에만 대당 최대 7천500달러(약 1천만원)을 지원키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 완성차 업체는 큰 타격을 입게 됐다. 미국에서 판매 중인 한국산 전기차 대부분이 한국에서 생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월엔 미국 반도체산업 육성법(CHIPS and Science Act· CHIPS Plus)이 통과됐다. 외국 기업의 미국 내 반도체 투자를 유도하는 한편 장비 반입에 대한 허가제를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반도체산업 육성법이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으로 발효되면서 미국이 세계 반도체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인텔, IBM 등 자국 기업들의 투자 발표가 줄을 이었고 미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인 마이크론도 1천억달러에 달하는 대형 공장 신설을 약속했다.

이에 그동안 한국이 주도해 왔던 메모리 업계 판도에 적잖은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특히 중국에서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중국 내 생산라인을 증설하거나 첨단 반도체 양산을 위한 장비 반입에 있어서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대외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는 우리 기업들이 차별적 대우를 받지 않도록 미국 측과 긴밀히 협의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알맹이가 없고 구체성이 결여돼 있다. 무역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급기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8월 경상수지마저 30억5000만달러(약 4조3천억원) 적자를 기록한 상황에서 말이다.

이제는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대책 마련에 집중해야 한다. 내년 1월 새롭게 출범하는 미 의회에서 법 개정이 어렵다면 전체적인 법과 제도를 살펴 그 안에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 또 지난 8월 발의됐지만 아직까지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반도체 지원법을 조속히 개정해 실질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이도형 홍익정경연구소장·청운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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