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할머니 치매 4급·노숙 생활... “도에 민원도 넣었지만 해결 없어” 전문가, 행정기관 개입·보호 절실
수원에서 70대 노인이 수개월째 시 소유 땅에서 노숙 생활을 이어오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경기도와 수원시는 대책 마련에 손을 놓으며 ‘수원 세 모녀’ 사건 이후 복지 사각지대 취약계층 보호를 강화하겠다던 시민과의 약속이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13일 오전 8시께 옛 경기도청사 부지 야외주차장. 가을 추위가 예년보다 빠르게 찾아와 아침 기온이 ‘뚝’ 떨어져 매서운 바람이 불었다. 주차장 한쪽에는 할머니가 모아둔 것으로 보이는 갖가지 생활 쓰레기들과 종이상자, 철 구조물들이 뒤엉켜 있었다. 쓰레기더미 사이로 커다란 매트리스와 흙바닥을 나뒹구는 이불, 더러워진 베개가 눈에 띄었다. 할머니는 밤이 되면 이곳에서 얇은 이불과 비닐을 덮고 자며 생활하고 있다.
할머니는 “주차장에는 새벽 5시부터 나와 있다가 가끔씩 저기서 자고 간다”면서 쓰레기더미 옆 매트리스를 가리켰다.
주차장을 이용하고 있는 주민 A씨는 “늦은 밤 주차하다가 쓰레기 더미 옆에서 얇은 이불과 비닐을 덮고 자는 할머니를 보고 깜짝 놀랐다”며 “날씨가 추워지면서 건강이 염려돼 경기도청에 여러 번 민원을 넣었지만 달라진 게 없었다”고 토로했다. 주민 B씨는 “할머니가 주차장에서 매일 상주하며 쓰레기를 쌓아두고, 심지어 흉기로 사용될 수 있는 톱이나 가위 등이 땅에 꽂혀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면서 “할머니의 신변 안전도 걱정되지만 동네가 우범화 지역이 되는 것은 아닌지 무섭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노인은 치매 4급으로 아들과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평소 돌봐주는 사람이 없어 집 주변을 떠돌며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다.
경기도청에서는 할머니에 관련한 민원전화를 지난 7월11일부터 수차례 받았으며 국민신문고에도 두 차례 글이 올라와 답변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8월 말 경기도청은 무단점유 및 점용행위 금지 현수막을 걸어 놓았을 뿐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하지 않고 있다. 또한 수원시청에서도 관련 민원이 들어왔으나 경기도청에 전달해주겠다는 답변을 끝으로 현재까지 별다른 조치 없이 방관하는 상태다.
오현숙 서정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자녀가 보호 능력이 없어 방치된 노인이 많은데 이런 경우 행정기관이 적극적으로 개입해 노인을 보호해야 한다”며 “취약계층의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보다 세심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기도청 관계자는 “할머니를 몇 번 만나 이곳에서 지내시면 안된다고 설명해 드렸지만 치매가 있어 의사전달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이후 아들과 통화해 할머니를 신경 써 달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한수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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