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도심 주택가 보일러 안전대책 시급…배기관 막힐 시 가스중독 사고 위험

지자체 독거노인 가구 등 점검 필요

인천 남동구 만수3동의 한 빌라 주택에 설치한 보일러 배관(왼쪽)과 부평구 십정동의 한 빌라 주택에 설치한 보일러 배기관 모습으로 이들 모두 입구가 막혀 있지 않고 뚫려 있다. 새 등이 둥지를 틀 경우 막혀 일산화탄소 등 유해가스를 밖으로 배출하지 못할 수 있다. 김수연기자

일가족 6명이 숨지거나 다친 전북 무주군 단독주택 가스중독 사고와 같은 일이 인천 원도심 주택 등에서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특히 인천 원도심에 홀로 또는 부부 둘만 사는 노인들의 경우 이 같은 사고 발생시 대처 능력이 떨어져 더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16일 인천시 등에 따르면 지역 원도심 주택가에 설치한 가스 또는 기름 보일러 등에 대한 실태 파악 조차 하지 않고 있다. 인천 원도심 단독주택 대부분이 무주군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이날 남동구와 부평구 등 원도심 단독주택 밀집지역을 확인하니 대부분 가스 또는 기름 보일러를 설치했다. 빌라 등 소규모 다세대주택은 대부분 외부로 배기가스를 내보내는 관이 건물당 수십 개 노출한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들 배기관은 대부분 새 등이 둥지를 틀 경우 막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입구가 막혀 있고 주변에 작은 구멍이 뚫려 있는 형태다. 하지만, 일부 단독주택이나 빌라 등의 보일러 배기관의 입구가 뚫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

image
인천 부평구 십정동의 한 빌라 주택 모습으로 각 창문 옆에 보일러 배기관이 밖으로 노출한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들 배기관 중 몇개는 입구가 뚫려 있어 새 등이 둥지를 틀 경우 막혀 일산화탄소 등 유해가스를 밖으로 배출하지 못할 수 있다. 김수연기자

남동구 만수3동의 한 단독주택에서 홀로 사는 김씨(73)는 “최근 무주군 사고 뉴스를 접하곤 집 보일러 배관을 확인했다”며 “혼자 살고 있다 보니 불안해서 창문을 활짝 열어 놓는 등 더 신경을 쓰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날씨가 쌀쌀해져 보일러를 틀고 있는데 따뜻해서 잠들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깨지 못할까 겁이 난다”고 했다.

홀로 부평구 십정동의 한 빌라에서 산다는 인씨(84·여)도 “혼자 살다 보니, 항상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한다”며 “국가에서 가스 보일러가 안전한지 자주 점검을 해줬으면 좋겠다. 다른 홀로 사는 노인들도 나와 생각이 같을 것”이라고 했다.

소방안전 전문가들은 인천 원도심 다세대주택에 설치한 가스 또는 기름 보일러의 경우 배기관을 통해 일산화탄소 등 유해가스를 집 밖으로 내보내는데, 관리가 잘 안될 경우 입구에 새가 집을 짓거나 그을음으로 인해 막힐 수 있어 지자체가 나서 정기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현호 한국화재감식학회 기술위원장은 “원도심의 산재한 기름 또는 가스 보일러를 가동하는 계절에는 배기관이 막히지 않도록 즉시 조치를 해야 한다”며 “인천시 등 지자체가 나서 실태 및 현황파악을 한 뒤 직접 점검에 나선다면 무주와 같은 사고를 미연에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백창선 단국대 행정법무대학원 융합보안학과 교수(전 한국소방산업기술이사)도 “원도심에 홀로 사는 노인들이 보일러 안전 사고에 가장 취약하다고 볼 수 있다”며 “일선 군·구청에서 독거노인, 장애인 등에 대한 현황을 파악하고 있기에 이를 기반으로 실태파악 및 점검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민수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