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경기도에 다주택자 승진 배제 원칙이 도입됐다. 1가구 2주택 이상을 보유하면 승진에서 배제시키는 내용이다. 도청 4급 이상 공무원과 도 산하 공공기관 임원급이 해당된다. 그해 연말까지 초과분 주택을 매각할 것도 함께 권고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행위가 사회 문제로 대두 대던 시기다. 이미 당시부터 사회 이슈에 지나치게 편승한 포퓰리즘적 조치라는 지적이 있었다. 법률을 넘는 초법적 발상이라는 비난도 나왔다.
우려는 현실이 됐고 소송으로 비화되기에 이르렀다. 5급 공무원이던 A씨의 4급 승진이 취소됐다. 공직 사회에서 승진 취소는 지극히 예외적인 경우다. 사법처리를 받거나 감사에 비위가 적발된 경우 등에 볼 수 있다. A씨는 초과 주택 소유로 사법처리를 받거나 감사에 적발되지 않았다. ‘주택을 두 채 가지고 있다’는 이유였다. 2018년 청약에 당첨돼 2021년 입주를 기다리던 중이었다. 누가 봐도 과도하고 근거 없는 불이익이다. 결국 반발하며 소송까지 제기했다.
당시 사회적 분위기는 엄중했다. 부동산 투기 행위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엄청났다. 정부 차원에서 공직자들의 부동산 보유에 관심을 가졌다. 일정 기간을 정해 초과분 주택을 매각하도록 권고했다. 하지만 대상자 가운데 138명은 문재인 정부 막판까지 매각하지 않았다. 그때 경기도가 들고 나온 대책이 ‘승진 인사 배제’였다. 여론을 환기시키는 데는 성공했다. 또 한번의 ‘사이다 행정’으로 평가 받았다. 하지만 이로 인한 ‘잘못 없는 피해’가 곳곳에서 꿈틀댄다.
집값이 폭락했다. 주택 보유자들의 고민과 고통이 커지고 있다. 다주택 보유자들의 그것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포퓰리즘·초법적 정책을 가능하게 했던 현실성마저 사라진 것이다. 이제 경기도가 이 방침을 손 보는 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이달 내로 공직자 등을 상대로 설문을 한다고 한다. 5억원 미만 주택을 소유한 공직자는 적용하지 않거나, 5급 이상 공직자에게 적용하던 규정을 4급 이상 공직자부터 적용하는 등의 개선 방향도 들린다.
절차의 중요성을 이해하지만 이럴 필요가 있을까싶다. 다주택자 승진 일괄 배제는 옳은 정책이 아니다. 극과 극을 달리는 부동산 시장에서 일관성을 기할 수도 없다. 수정이 아니라 폐지로 가는 것이 옳다. 공직자의 부동산 투기를 막는 수단은 이것 말고도 얼마든지 있다. 자체 조사, 감사 기능을 강화하면 된다. 간부직 승진에는 인사 검증이란 절차도 있다. 거기서 엄중히 조사하고 걸러내면 된다. 이런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 것이 정상적인 행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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