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김문수의 극단 발언

신영복(1941~2016)은 우리 시대의 대표적인 진보 지식인으로 꼽힌다. 개인에 따라 견해차가 있겠지만 그를 존경하는 이들이 많다. 그는 숙명여대 교수를 지내던 중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무기징역형을 받아 복역하다 1988년 특별 가석방돼 성공회대 교수로 재직했다. 출소하던 해 20년간 옥중살이를 하며 썼던 편지와 글을 모아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출간했다. 이 책은 스테디셀러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올해 국정감사에 신영복이 소환됐다.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이 지난 12일 환경노동위원회 국감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신영복 선생을 가장 존경하는 사상가라고 한다면 확실하게 김일성주의자”라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발끈하면서 환노위는 파행됐고, 결국 김 위원장은 퇴장당했다. 그런데도 김 위원장은 13일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과거 “문재인은 총살감”이라고 한 발언에 대해, 여전히 같은 생각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제도권에서 멀어진 이후 SNS 공간에서 극단적 정치성향으로 진영 갈등을 증폭시키는 언행을 계속했다. ‘민주노총은 김정은 기쁨조’, ‘쌍용차노조는 자살 특공대’ 등의 색깔론과 반노조 발언으로 논란을 불렀다. 본인은 ‘소신 발언’이라 생각할 수 있으나 과격한 언행과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국민이 많다. 개인의 사상은 자유지만 공직자라면 때와 장소, 발언 수위 등을 가려야 한다. 특히 정부와 기업, 노동계의 첨예한 대립을 조정하고 타협을 이뤄내야 하는 경사노위 수장이라면 누구보다 절제와 균형을 갖추고 발언에 신중해야 한다.

경사노위는 노사정 대표가 모여 노동정책과 노사관계 등을 논의하는 기구다. 김문수 위원장 인선은 노동현장 경험과 국회의원·도지사를 지낸 경륜 등을 살려 노사정(勞使政) 대화를 이끌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일 것이다. 김 위원장은 취임식에서 “겸허하게 스스로를 돌아보며 나아가겠다”고 했지만 또 ‘막말’ 논란에 휩싸였다. 소신을 앞세워 과격한 발언을 이어가며 한쪽으로 치우치면 대타협은커녕 갈등과 분열의 골만 깊어진다. 김 위원장은 말조심에 책무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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