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이나 물건을 홍보할 때 ‘마약’이란 단어를 많이 쓴다. 마약 김밥·마약 떡볶이·마약 토스트가 있는가 하면, 마약 베개·마약 매트리스도 있다. 중독성 강한 맛이나 큰 만족감을 마약에 빗댄 듯하다. 마약을 좋게 표현했지만 그렇게 가볍게, 함부로 사용할 단어는 아니다.
마약 중독과 범죄가 급증해 심각한 사회 문제다. 마약에 취한 60대 딸이 80대 노모를 둔기로 살해하려 한 사건, 마약을 투약하고 대낮에 길 한복판에서 지인을 살해한 사건 등 강력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는 더 이상 ‘마약 청정국’이 아니다. 유엔은 마약류 사범이 10만명당 20명 미만일 때 마약 청정국으로 지정한다. 한국은 2016년 25.2명으로, 이미 청정국 지위를 잃었다. 지난해엔 인구 10만명당 마약범 수가 32명으로 늘었다. 대검찰청이 발간한 ‘2021년 마약류 범죄 백서’를 보면 지난해 마약류 사범은 1만6천153명에 이른다. 올해 1~7월 통계는 1만575명으로 전년 동기(9천363명)보다 12.9% 증가했다. 지난해 압수된 마약류는 1천295.7㎏에 달한다. 2017년 154.6㎏의 8배다.
마약의 대중화 속에 10대, 20대 젊은층의 마약범죄도 크게 늘었다. 10대의 경우 5년 전보다 4배나 늘었다. 대도시 등 일부에서만 유통되던 마약이 지방과 학생, 회사원, 주부 등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확산됐다. 관물대에 필로폰을 보관해온 병사가 적발되는 등 군부대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SNS를 통한 마약판매, 가상화폐 등을 통한 대금결제 등 마약유통이 비대면으로 이뤄지면서 일반인 마약사범이 급증했다. 피자 한 판 값으로 SNS에서 마약을 살 수 있으니 마구 퍼지는 추세다.
검찰이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특별수사팀을 설치, 유통조직을 뿌리 뽑아 마약 청정국 지위를 되찾겠다고 밝혔다. 강력한 수사와 엄한 처벌 없이는 마약 확산을 막을 수 없다. 여러 부처가 공조하는 대응책도 절실하다. 마약류 반입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서는 관세청에 마약전담국을 신설하고 전문인력을 키워야 한다. 텔레그램이나 다크넷 등 온라인 마약 유통을 근절할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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