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치 가시성 부족하고 관리 ‘허술’... 경찰 핫라인 연결 안 된 구조도 문제 전문가 “설치 주관 경찰로 바꿔야”... 인천 지자체 “관리 강화 나설 것”
여성을 상대로 한 사회적 범죄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인천지역 폐쇄회로(CC)TV 비상벨이 가시성과 효율성이 떨어져 무용지물로 전락하고 있다. 특히 경찰과 핫라인이 연결돼 있지 않아 시스템 개선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9일 인천 10개 군·구 등에 따르면 지역 내 CCTV 비상벨은 총 7천472대로, 설치·관리 주체는 기초자치단체다. 수치상 비상벨 수가 많아 보이지만 현장에 운용 중인 비상벨 중 상당수가 각종 광고물로 오염됐거나 앞에 적치물이 쌓여 있고 차량에 막혀 있어 가시성이 떨어진다. 또 비상벨 사용 시 전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앞서 만든 전신주 옆에 설치한 경우가 많아 효율성이 없는 위치에 설치된 비상벨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더욱이 경찰 핫라인을 구축한 편의점 건너편에 비상벨을 설치, 오히려 도피로를 한쪽으로 유도하지 않고 분산시키는 역효과가 나타날 우려도 나온다. 부평구 십정동 구도심 주택가 길가에 설치된 CCTV 비상벨은 골목길 한편에 편의점이 있는데도 반대편에 비상벨이 있다. 이 경우 위급상황에 쫓기는 여성이 직원 등 인적이 있는 안전한 편의점으로 피난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데도 반대편 비상벨과 혼선을 빚을 수 있어 대각선 맞은편이 적절한 위치라는 게 전문가의 조언이다.
부평구 주민 황수현씨(25·여)는 “비상 상황 시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곳이 양쪽에 같이 있으면 갈팡질팡할 것 같다”며 “위급한 상황에 선택이 아니라 눈에 보이는 걸 향해서 집중해 뛸 수 있어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적치물에 가려진 전신주 앞에서 만난 나미선씨(54·여)는 “평소 자주 다니던 길인데 여기에 비상벨이 있는지도 몰랐다”며 “보이지도 않는데 어떻게 이용할 수 있겠느냐”고 불평했다.
특히 비상벨을 누르더라도 구 관제센터로 연결되고 경찰 핫라인으로 직접 연결되지 않는 구조도 문제다. 출동 과정에서 1차례의 추가 절차가 더 생기기 때문이다. 이는 현재 비상벨 설치 시 기초자치단체가 경찰의 자문만 받을 뿐, 예산 집행과 설치·관리 등의 최종 주체여서다. 이 때문에 재정 상황에 따라 우범지대에 대한 방범시설 설치가 미뤄질 수도 있다. 1대당 1천600만원에 달하는 설치 비용이 드는 비상벨을 효과적으로 배치하기 위해선 경찰이 설치를 주관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꼬집었다.
박동균 대구한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비상벨 설치 과정에서 경찰은 기초자치단체에서 의뢰한 곳에 대해 검토해주는 역할을 하고 최종 결정은 지자체 몫이다”며 “자치경찰제도가 생겼기 때문에 보다 전문성 있는 그룹에서 방범시설을 설치해야 비상벨 효과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인천의 한 구 관계자는 “비상벨 설치 시 경찰의 충분한 의견을 받고 있지만 사생활 침해와 주민 반대 등으로 설치가 어려운 경우도 있다”며 “적치물과 전단지 등에 대해선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해명했다.
이민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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