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공사·공단의 현주소”
정부가 지방공공기관 혁신을 위해 칼을 빼 들었다. 그동안 방만·부실 경영의 대명사로 전락한 공공기관을 향해 고강도 개혁을 요구한 것이다. 정부는 유사·중복 기능을 조정하는 조직구조 개편, 부채관리계획 수립을 통한 재무건전성 확보, 민간협력 강화, 인사·보수체계 개편 등 4대 혁신 과제를 골자로 하는 ‘새정부 지방공공기관 혁신 지침’을 통해 지방 공공기관이 지금과는 다른 보다 나은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할 방침이다.
지방공기업의 책임경영 강화와 재정 건전성 확보를 기대하는 측면에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지방공공기관 중에서도 지자체가 직접 경영하거나, 법인을 설치해 경영하는 기업을 지방공기업이라고 한다. 인천시에는 현재 5개의 공사·공단이 있다. 지방공기업은 주민의 복리증진을 위한 공익사업을 맡으며, 생산성과 효율성을 바탕으로 수익을 창출해 낸다.
하지만 이러한 지방공기업들이 전국적으로 증가하며 인력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것에 반해 부채 규모는 상상 이상으로 확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무리 공공성에 최우선 가치를 두고 사업을 하는 공기업이라고 할지라도 수익은커녕 예산 범위를 한참 벗어나 빚 잔치를 벌이고 있는 지방공기업의 경영 행태에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
특히 이러한 배경에는 경영에 대한 책임을 등한시하고 도덕적 해이가 만연한 무능한 임원과 경영진의 탓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만약 민간기업에서 이런 방만하고 부실한 경영이 이뤄졌다면 경영진은 모든 책임을 떠안고 해임됐거나, 그런 기업은 아마도 진작 폐업 신고를 해야만 했을 것이다.
지방공기업에게는 이러한 상황의 심각성과 우려의 목소리가 전혀 전해지지 않고 있는 듯하다. 최근 인천의 일부 공기업 임원들은 공식 일정이 없는 주말·공휴일은 물론 개인 병원 진료, 외출 시에도 버젓이 공용차량을 사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속도로도 하이패스로 자유롭게 드나들며 수십만원의 통행료를 지출하기도 하였다.
뿐만 아니라 임원급 이상 업무용 차량에 대리운전서비스를 하는 한 공기업은 공무수행 외 연차·조퇴일 등에도 대리운전서비스를 이용, 전체 이용 건수 165건 중 94건을 사적으로 사용하거나 지침을 위반해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퇴직 임원에게 수천만원의 전별금품을 제공하거나 관외 출장 시 여비 명목의 금품을 제공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러한 내용은 그 사실만으로도 청탁금지법 위반에 해당함은 물론 청산해야 할 구시대적인 적폐를 공공의 이익을 위해 노력해야 할 공기업에서 아직도 버젓이 행하고 있는 것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
더 기가 막힌 것은 또 있다. 한 공기업에서는 임원에 제공한 사택의 관리비 중 개별 사용료마저도 예산으로 집행했고, 수십만원에 달하는 고가의 침구류도 구입해 제공하기도 했다. 또 다른 공기업에서는 임원 및 일부 직원의 개인명의 휴대전화의 통신요금은 물론 단말기 할부금, 부가이용료까지도 예산으로 집행한 것이 확인됐다.
이 밖에도 확인되지 않은 복무 위반과 부적절한 공무국외여행, 업무추진비 지침 위반 등을 포함하면 인천 공사·공단 임원의 도덕성 결여는 이미 곳곳에 만연해 있다.
지방공기업들의 수장과 임원에는 낙하산 인사가 판을 치고 있다. 지자체장들이 선거캠프에서 도움을 받았던 인사들이나 퇴직을 앞둔 공무원들에게 보은(報恩)의 형태로 자리를 나눠주는 것은 이미 관행이어서, 언론이 보도한 기사를 접해도 그다지 놀랍지 않은 소식으로 전락했다.
공기업은 흔히 신의 직장으로 불린다. 많은 취업준비생들이 아직도 공기업의 일원이 되기 위해 밤낮없이 노력하며 사활을 걸고 있지만, 최근에는 신의 직장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이직률도 꽤나 높아졌다. 퇴사를 결심하는 사유로 ‘부당한 조직문화에 지쳐서’나 ‘억울한 대우를 받아서’라는 의견들도 제법 보인다.
지방공기업 임원의 도덕성이 회복되기 전에는 경영의 정상화를 논할 수 없다. 더 늦지 않게 ‘비정상의 정상화’가 이뤄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공공기관의 혁신은 곧 지방재정의 건실화로 이어질 것이다.
신동섭 행정안전위원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