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생분해 제품도 찬밥신세
‘생분해(生分解)는 친환경적인데,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친환경적이지 않다’.
정부가 이러한 판단으로 올해 초 생분해성 일회용품에 대한 환경표지 인증제도를 폐지하면서, 경기도 내 생분해 관련 업체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특히 인증 폐지 이후 1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 제품마저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어 대책이 요구된다.
20일 환경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친환경제품 생산 유도를 위해 지난 1992년 ‘환경표지 인증제도’를 시작했다. 여러 가지 환경표지 인증 중 하나가 이번에 폐지된 ‘생분해성 일회용품에 대한 친환경 인증’이다.
앞서 지난 1월 정부는 환경성 개선·순환자원 활용률 제고를 위해 환경표지 인증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생분해성 일회용품에 대한 인증이 사라졌다. 당시 환경부는 국내 생분해성 제품이 자연적으로 퇴비화 되지 않고 소각·매립 된다면서 여타 플라스틱과 별반 다를 바 없다고 봤다. 다만 업계 반발 등을 고려해 2024년까지는 친환경 인증을 유지시키고 2025년부터 만료시키기로 했다.
이후 10개월여 지나 현재에 이르자 업계에선 볼멘소리를 낸다. 생분해성 일회용품의 친환경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인식 탓에 매출이 줄고, 경쟁업체들이 그린워싱 제품마저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시흥지역에서 생분해성 봉투를 제작·판매하는 A업체는 “일회용품 사용 규제가 강화되면서 우리는 플라스틱 제조설비를 생분해성 제조설비로 전환했다. 환경부 인증을 받기까지 수백만원을 썼고 드디어 매출이 오르나 했는데 그마저 3년 뒤에는 만료된다니 아무런 방법이 없어 한숨이 멈추질 않는다”고 토로했다.
용인권의 생분해성 플라스틱 관련 B 제조업체도 답답하단 입장이다. B업체 관계자는 “최근 여러 회사에서 ‘가짜 생분해성’ 제품을 만들어 저렴하게 팔고 있다”면서 “인증제도가 유효했으면 생분해 원료와 플라스틱 수지 등에 따라 친환경적인지 아닌지 필터링이 됐을 텐데 이젠 아무런 구분이 안 된다. 진짜 생분해 제품을 팔아도 울며 겨자먹기로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업계 및 전문가들은 생분해성 제품에 대한 분리배출 시스템 체계화 등의 범정부 차원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외친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세계적으로 생분해 플라스틱에 대한 시장이 형성되는 시점에서 우리나라의 생분해 산업 자체를 죽일 수는 없지 않느냐”며 “환경부의 친환경 제품 인증이 어렵다면 산업통상자원부라도 나서서 생분해성 플라스틱 관련 한국산업표준(KS) 항목 등을 마련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측은 “아직 국내 여건상 생분해성 일회용품이 적합하지 않아 환경표지 인증을 없앤 것”이라며 “관련 중소기업들로부터 ‘대책을 찾을 시간을 더 달라’는 의견 등이 접수돼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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