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69석’이 휴지조각 만든 법원의 영장/이런 모습 반복되면 유권자 등 돌린다

민주연구원은 여의도 민주당사에 있는 직속 정책연구소다. 검찰이 이곳에 압수수색을 들어간 것은 19일 오후 3시5분께다. 소식을 접한 박홍근 원내대표가 의원들에게 긴급 공지를 보냈다. 진행 중인 국정감사를 중단하고 당사로 집결하라는 지시였다. 이에 수십명의 민주당 의원들과 당직자들이 당사에 도착해 검찰 관계자들을 막았다. 정치 탄압 등을 주장하며 7시간 넘게 대치했다. 결국 오후 10시47분 검찰이 돌아갔다.

압수수색에 앞서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체포됐다.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인 김 부원장의 혐의는 불법 정치자금 수수다. 복수의 언론이 이런 내용을 검찰발로 보도하고 있다. 김 부원장이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8억여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에게 20억원을 먼저 요구했다고 한다. 남욱, 정민용 등이 자금을 마련했고 다시 유 전 본부장을 통해 김 부원장에게 전달됐다는 게 알려진 내용이다.

돈이 전달되는 시기 및 정황도 전해진다. 김 부원장이 20억원을 요구한 시기는 지난해 2월이라고 한다. 4월부터 8월까지 여러 차례로 나눠 8억원이 전달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5~6월에 민주당 대선 후보들이 출마 선언을 했다. 본격적인 레이스가 7월에 시작됐다. 이 대표가 대선 후보가 된 것은 10월이다. 자금 흐름이 대선 일정과 겹친다. 수사 방향이 심상치 않다. 유 전 본부장이 진술했다는 얘기도 있다.

이쯤에서 되짚어볼 전날 법사위 국감 장면이 있다. 민주당 김의겸 의원이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에게 따져 물었다. “유동규가 구속 만료되면 석방되는가”, “검찰이 유동규를 다루는 데 이상한 흐름이 있다”, “유동규를 회유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송 검사장은 “곧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일반인에게는 느닷없어 보였던 ‘유동규 문답’이다. 민주당에서 이미 수사 흐름과 상황 전개 방향을 감지하고 있었던 것 아닌가 짐작하게 한다.

우리가 유〈2219〉무죄 판단을 논하는 것이 아니다. 강제 수사를 대하는 자세를 지적하려고 한다. 압수수색을 비난하는 것과 압수수색을 막는 것은 다르다. 일반 국민이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을 물리력으로 막을 수 있겠는가. 상상도 할 수 없다. ‘169석 거대 집단’이 막은 것임을 국민이 다 안다. ‘이재명 대표 수사’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체포, 압수, 구속 등 강제 수사는 언제든 이뤄질 수 있다. 그때마다 이렇게 무력화시킬 것인가.

국민의힘에서 나오던 얘기가 있다. ‘민주당이 무리한 방탄으로 나올 것이고, 이를 본 국민이 실망할 것이고, 결국 총선 표심으로 연결될 것이다.’ 다소 엉성해 보이는 이 논리의 첫 번째 전제가 기가 막히게 맞아떨어진 어제 민주당사 앞 집단 행동이었다. 국민의힘이 기다리던 덫에 민주당이 빨려 들어가는 모습이었다. 특정인의 사법적 사망보다 무서운 건 특정 정당의 정치적 사망이다. 민주당은 이걸 고민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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