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종교] 한국인 최초 교황청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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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태 수원가톨릭대 교회법 교수

지난 8월27일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국인 유흥식 주교를 추기경으로 서임했다. 그는 전 세계 성직자들을 돕는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이 됐고, 새로운 교황을 선출하는 투표권을 지닌 추기경이 됐다. 놀랍게도 200년 전 잔혹한 탄압 속에서 신앙을 포기하지 않았던 나라에서 전 세계 가톨릭 성직자들을 교육하고 관리하는 책임 추기경을 배출했다. 역사적인 순간이다.

로마 유학 시절 추기경을 처음 뵙게 됐다. 한국 식당에서 소속 신부들을 격려하며 항상 웃음을 잃지 않는 추기경의 얼굴을 기억한다. 그리고 추기경은 과거 7년간 이탈리아 가톨릭 단체에 몸담고 함께 부대끼며 사는 법을 배웠을 것이다. 그래서 특유의 친화력과 유창한 이탈리아어가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추기경이 되기 전부터 자주 로마를 방문했고, 거침없이 고위 성직자들과의 만남을 주선했다. 그뿐 아니라 소속 신부들을 바티칸 외교관 혹은 교황청 직원으로 양성하기도 했다. 이런 추기경의 적극적인 태도 때문인지 몰라도 프란치스코 교황은 추기경을 눈여겨보고 있었을 것이다.

“유흥식 추기경은 많은 덕을 지녔고 좋은 자질을 많이 갖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그분을 임명한 근본적인 이유는 한 가지입니다. 바로 신부들과 무척 가까운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주교는 참으로 신부들과 가까운 사람이어야 합니다. 모두가 그분에 대해 신부들과 정말 가까운 주교라고 말해주었습니다. 바로 이 때문에 제가 그분을 교황청 장관으로 부르게 된 것입니다.”(KBS 다큐인사이드)

추기경(cardinal)이란 용어는 라틴어 ‘카르도(cardo)’에서 유래한다. 카르도는 문틀과 문짝을 연결하는 경첩을 의미한다. 교황과 전 세계를 연결하고 소통하게 하는 중간 역할자가 바로 추기경이다. 이러한 의미 때문에 교황은 한국인 주교를 추기경으로 임명해 소통의 역할을 담당하길 기대하고 있다. 바로 추기경의 독특한 이력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는 교황청 사회복지평의회 위원으로 활동하며 북한에 인도적 활동을 계속해 나갔다. 네 차례 북한을 방문해 기아 극복을 위한 대안을 제시했고, 교황의 방북을 성사시키기 위한 노력도 현재 진행형이다. 교황은 북한의 초청을 받는다면 기꺼이 방북하겠다며 “방문의 목적은 언제나 형제애”라고 밝혔다.

“북한에서 저를 초대하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는 모든 민족의 형제입니다. 문화의 열쇠, 정치 상황의 열쇠, 종교의 열쇠로서 저는 모두의 형제입니다. 형제애의 씨를 뿌리고, 이웃과 가까워지는 씨, 미소의 씨를 뿌리고 손을 내밀어 주는 마음의 씨를 뿌리는 것입니다.”(KBS 다큐인사이드)

사실 북한과 남한의 오랜 휴전은 사회주의 국가들과 민주주의 국가들의 오랜 대치 상황이기도 하다. 국제적으로도 중요한 이 분열의 장소에 프란치스코 교황을 초대한다는 것은 마치 자신을 평화의 도구로 써 달라는 메시지 같다. “주님 저를 당신의 도구로 써 주소서.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다툼이 있는 곳에 용서를, 분열이 있는 곳에 일치를....” (성 프란치스코의 ‘평화의 기도’) 교황의 뜻처럼 한국인 유흥식 추기경도 기꺼이 평화의 도구가 돼주길 기도해 본다.

김의태 수원가톨릭대 교회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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