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끝나면 바로 집에 온다고 했는데, 이게 무슨 일이야”
21일 안성시 저온물류창고 신축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추락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인부의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지고 있다.
이날 오후 5시20분께 평택굿모닝병원. 이번 사고로 세상을 떠난 중국 국적의 30대 A씨의 시신이 안치된 곳이다. 지역응급의료센터 앞에는 그의 어머니가 “그동안 헛살았다”며 사망자의 아버지와 부둥켜안은 채 쓰러질 듯 울고 있었다. 이들이 “왜 우리 아들이야”라며 통곡하자 주위가 숙연해졌다.
A씨의 지인 등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17년께 ‘낯선 땅에서 열심히 살아보자’라는 생각으로 가족·친구들과 한국에 입국했다. 그는 2년 전 친구들과 함께 ‘공구리 팀’을 꾸려 시멘트 타설 작업, 철근 작업 등 공사 현장에서 생계를 꾸렸다. 바쁜 일정에도 서울 대림동에 사는 가족, 친척들과도 두 달에 한 번씩 만나는 등 화목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A씨 아버지는 "세상 착하고 착실한 아이였다. 가족들에게 힘든 내색 한 번 한 적 없었다"라며 "가끔 건설현장이 위험할까봐 걱정했지만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우리 아들은 현장에서 죽어서 돌아왔다. 우리도 열심히 살고자 했는데 이번 사고에 대해 위로 한 번도 안하고 방치해두는 것이 너무 가슴이 답답하고 화가 난다"고 눈물을 보였다.
사고 발생 6시간 만에 시공사 측 관계자들이 병원을 찾자 유가족은 “아무도 왜 우리 아들이 죽었는지 설명해주지 않았다”며 분노했다.
여기에 이번 사고로 세상을 떠난 중국 국적의 60대 B씨의 경우 유가족이 모두 중국에 있어 그의 시신이 안치된 평택성모병원은 적막감만 가득, 쓸쓸한 분위기였다.
뿐만 아니라 이번 사고로 추락한 30대 여성 C씨는 의식을 잃은 채 오산한국병원으로 이송, 치료를 받고 있다. 갑작스러운 소식에 부리나케 달려온 그의 남편은 얼굴의 근심이 가득한 채 “어떻게 사고가 났는지 그 누구한테도 들은 적이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런 가운데 현장 조사를 마친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며 “현장 상황 등 자세한 사안은 아직 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현장을 찾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아야 하며, 유가족에게 위로의 말을 전한다”고 밝혔다. 이정민·김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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