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가 아닌, 함께 누리는 문화생활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이었어요.”
지난 19일 오후 1시30분 수원미디어센터 2층 은하수홀에선 두 시간이 채 되지 않는 평범한 영화 ‘드림빌더’ 한 편이 상영됐다.
하지만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특별한 81분을 같은 상영관에 앉아 있는 사람들과 만끽했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상영관에는 (사)해솔의 발달장애인 이용자 14명을 비롯한 사회복지사와 자원봉사자들이 모였다. 발달장애인들은 평상시 극장 이용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집에서 영화를 보며 아쉬움을 달랠 때가 많다. 그런 탓에 선생님, 친구들과 함께 영화를 나누고 즐기는 시간은 일상에서 누리지 못한 것들을 붙잡는 소중한 기회다.
이들은 단순히 영화를 보기 위해 모인 게 아니다. 앞뒤로, 양옆으로 앉아 있는 사람들이 필요했다. 함께 즐기고 공유할 사람들이 절실했던 것. 객석의 사람들은 발을 구르거나 스크린을 가리키며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상영 중간에 크고 작은 소음이 발생해도 서로 개의치 않고 영화를 즐길 수 있게 토닥이는 분위기가 인상 깊었다. 관람객들은 영화가 끝난 뒤 다같이 박수를 치면서 만족감을 드러냈다.
수원미디어센터가 운영하는 ‘공동체상영’은 수원 지역 10인 이상의 단체·기관·모임에게 영화 상영이 가능한 은하수홀을 대관해주거나 상영 시설이 갖춰진 도서관, 보호시설 등에 미디어센터 측이 방문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2019년에는 557명이 39회 상영을 통해 함께 영화를 즐겼고, 코로나19로 영향을 크게 받은 2020년엔 4차례 상영을 통한 240명이, 지난해엔 3번의 상영 기회 동안 32명이 영화를 보며 함께 하는 의미를 되새겼다.
그간 학교, 기업, 동아리, 지역 문화취약계층 등 다양한 이용객이 함께 스크린 앞에 앉아 시간을 보냈다. 영화 모임 ‘함께 영화 보고 책 읽어요’나 독서 동아리 ‘나눔나무’ 등 취향과 흥미에 따라 모인 사람들부터,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경기지사를 이용하는 중증장애인들도 즐거움을 만끽해 왔다. 수원 관내 초등학교 다문화 학생들의 가족동반 문화체험도 공동체 상영 덕분에 가능했다. 코로나19 팬데믹에도 기관 등에 방문하는 형태로 이어져 온 만큼, 지역민들을 연결하는 기회의 장으로 지속되고 있는 자리다.
이날 영화를 관람한 발달장애인 이주연씨(33·가명)는 “평소 극장에 가는 대신 집에서 주로 애니메이션 장르를 즐겨봤지만 오늘은 혼자가 아니라 정말 행복하다”면서 “친구들과 같이 앉아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웃음이 절로 새어 나왔다”고 전했다.
장애인들과 같이 영화를 감상한 최예지 (사)해솔 사회복지사는 “기관 내에서 늘 보던 사람들과 함께 낯선 공간에서 교류하는 경험의 장을 계속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앞으로도 동행하는 소통의 기회를 최대한 많이 늘리고자 한다”고 밝혔다.
송상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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