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200억 쏟아붓는 인천 굴포천… 폭우땐 ‘위험수위’

부평구, 2024년 완공 예정 생태하천복원사업 수용량
기상청 통계 역대 최다 강우량 103.3㎜보다 적게 설계
전문가 “범람 우려”… 區 “상위기관 기준 있어야 변경”

인천 부평구가 2천200억원에 달하는 사업비를 투입하는 굴포천 생태하천복원사업에서 복개하천의 수용량을 적게 잡아 폭우 시 범람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6일 부평구에 따르면 오는 2024년 완공 예정인 굴포천 생태하천복원사업의 수용량은 시간당 99.5㎜로 설계됐다. 구에서 100년 빈도로 강우량을 계산한 결과다.

하지만 기상청 통계상 부평구의 역대 최다 강우량은 지난 1953년 8월13일 내린 시간당 103.3㎜로 현재 설계 수용량보다 많다. 이는 현재의 설계 기준은 최다 강우량이 아닌 ‘확률 강우량’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다. 확률 강우량은 과거 관측 강우량을 수집해 연 최대강우량을 통계적 기법을 활용해 내는 수치여서 최다 강우량보다 낮을 수 있다.

문제는 굴포천 인근은 240㎜가 넘는 폭우가 내린 지난 8월8일에 침수 피해를 입었던 곳이라는 점이다. 당시 이곳 시간당 강우량은 84.8㎜ 수준이었는데도 굴포천 인근 부평경찰서 인근 도로가 침수되는 등 부평구에만 122건의 침수 피해가 났다.

현재의 설계 기준대로라면 이번 공사를 완료하더라도 올해 최다 강우량보다 약 15㎜의 비가 더 내리면 하천의 수용량을 넘어서 굴포천 인근 주민들이 침수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현재 기준이 갑작스런 폭우를 대비하긴 역부족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지금의 설계 기준이 30년 이상 개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게릴라성 폭우 등 지금의 변화한 강우패턴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영재 전 경북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근시안적인 데이터를 가지고 공사를 하면 큰 문제가 있어 적어도 300년 이상의 빈도를 설계에 반영해야 안전하다”며 “안전을 위해 충분한 수용량을 확보해 공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형수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기후 변화로 인해 강우량을 예측하기 어렵지만 과거 최다 강우량을 기준으로 현재의 수용량을 보면 넘칠 수도 있다”며 “안전하게 설계돼 있지 않다면 설계 방향도 바꿔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미 다른 지자체에선 하천의 수용량을 높이고 있다. 굴포천과 비슷한 규모로 꼽히는 서울 청계천은 200년 빈도 강우량(최다 시간당 118㎜)에 대비해 설계됐다. 지난 여름 폭우 때 큰 피해를 입은 중구 동강천은 시간당 90㎜의 수용량을 가지고 있지만 이번 폭우에 범람해 중구는 하천 넓히기 예산 확보 및 시행사 용역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부평구에서 본격적인 공사에 앞서 충분한 수용량을 확보해야 하는 이유다.

부평구 관계자는 “과다 설계하기엔 어려운 부분이 있어 현재의 기준대로 설계할 수밖에 없다”며 “상위 기관에서 변경된 기준을 만들어 줘야 설계를 변경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굴포천 생태하천복원사업은 총 사업비 2천241억원을 투입해 부평1동 행정복지센터~부흥교~백마교~부평구청으로 이어지는 1.2㎞ 구간을 재생하는 사업이다.

이민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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