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랜드發 인천 공기업 ‘돈맥경화’

강원도 ‘디폴트’ 사태 여파 채권 시장 자금 경색 
‘신용등급 우량’ 교통公·iH, 공사채 발행 유찰 
채무보증 신뢰 하락… 이자는 올라 경영 초비상

‘강원 레고랜드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인천교통공사와 인천도시공사(iH)가 공사채 발행에 잇따라 실패하면서 주요 사업 차질이 불가피하다. 더욱이 금리 인상의 영향을 받아 공사채 이율(이자)도 3~4배 오른데다, 경기 침체까지 맞물려 이들 공기업들의 자금 조달 및 경영 상황도 초비상이다.

27일 인천시와 교통공사, iH 등에 따르면 교통공사는 지난 16일 20년이 지난 인천도시철도(지하철) 1호선의 노후 차량 개선 사업을 위한 300억원의 공사채를 발행했지만, 수요자를 찾지 못해 유찰했다.

이번 교통공사의 공사채 이율은 무려 6.8%에 달한다. 지난해 9월 200억원의 공사채를 발행시엔 2%인 것을 감안하면, 3배 이상 뛴 수치다. 이는 한국은행의 기준 금리 인상으로 인해 채권에 대한 수요가 낮아지면서 공사채 이율이 올랐기 때문이다.

교통공사는 당초 600억원의 공사채 발행 계획 중 300억원은 아예 백지화하고, 나머지 자금 마련을 위한 은행 차입 등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교통공사는 자금 조달을 하지 못하는 ‘돈맥경화’ 상황에 부딪치면서, 시민 안전을 위해 당장 시급한 노후 설비 개선 사업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교통공사 관계자는 “최근 불거진 레고랜드 발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가 공사채 유찰에 결정적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앞서 강원도가 레고랜드 테마파크 조성을 위해 발행한 2천50억원 규모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에 대한 지급보증 철회 의사를 밝히면서 채권시장이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iH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iH는 최근 만기가 가까워진 1.5~2%대의 일부 공사채를 차환하려고 800억원의 공사채를 발행했지만, 일부 유찰했다. 공사채 이율도 6.6%로 매우 높다. 앞서 iH는 지난 2019년 4월 1.9%로 공사채 발행을 했다.

더욱이 iH는 내년에 검암역세권 개발 사업과 ‘3기 신도시’인 계양테크노밸리(계양TV) 등 대규모 개발 사업을 위해 7천900억원 규모의 공사채 발행 계획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만약 공사채 발행에 성공한다고 해도, 이율이 계속 치솟을 경우 iH의 사업성이 낮아지는 만큼 전면적인 사업 구조 개편 등이 불가피하다.

이 밖에 시도 내년 2천억원의 지방채 발행을 계획하고 있다. 앞서 시는 지난 2021년 1천112억원 규모의 지방채를 이율 2.01%로 발행했다.

하준경 한양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레고랜드발 채권시장 불안정이 계속하면서 교통공사와 iH처럼 신용등급이 AA+인 우량 공기업에 대한 신뢰도 떨어지면서 이 같은 문제가 생기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들 공기업의 경영난은 물론 부동산 PF사업과 같은 민간 영역까지 사태가 악화할 수 있어, 사업 추진의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최근 채권 시장이 급속도로 얼어붙자 정부는 50조원 규모의 유동성 확보 방안을 내놓은데 이어 강원도는 보증 채무를 다음달 15일까지 앞당겨 갚겠다고 발표했다.

김지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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