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여명의 사상자를 낸 ‘이태원 핼러윈 참사’로 인해 유통·게임 등 산업계 전반이 추모 분위기에 동참하며 할인 행사 및 마케팅을 축소하고 있다.
31일 오전 용인특례시 기흥구에 위치한 한 대형마트. 지난 주말 발생한 ‘이태원 핼러윈 참사’로 시민들은 차분한 분위기에서 장을 보는 상태였다. 매장 내부에선 핼러윈 소품이나 홍보 문구는 찾아볼 수 없었다. 해당 마트는 지난 토요일까지 어린아이를 대상으로 한 핼러윈 진열대들을 배치해 호박 소품·마녀 분장 등을 판매했지만, 참사 발생 직후 해당 진열대들을 곧바로 철수시켰다.
수원역에 있는 롯데몰에서도 핼러윈 관련 ‘흔적’은 자취를 감췄다. 롯데몰은 참사 전인 29일 오후까지만 해도 대부분 매장 입구와 내부 벽면을 다양한 핼러윈 소품으로 장식해 놨었지만, 참사 다음 날 이를 모두 떼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한 어린이는 보호자와 함께 핼러윈 사탕 구매를 위해 생활용품점을 찾았지만, 관련 상품이 모두 빠진 이후라 이를 구매하지 못한 채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업계는 국가적 추모 분위기에 따라 대규모 할인이나 행사 등 마케팅을 전면 취소하거나 축소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4일부터 3일 동안 진행될 예정이었던 대규모 할인행사 ‘대한민국 쓱데이’를 국가애도기간(10월30일~11월5일)을 고려해 취소하기로 결정했으며, 롯데쇼핑은 9일까지 진행되는 ‘롯키데이’ 관련 마케팅을 최소화하고, 상품 할인만 진행하기로 했다.
또 유통업계 외에도 놀이동산이나 게임업계 등까지 이른바 ‘핼러윈 지우기’는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에버랜드는 11월20일까지 예정된 퍼레이드나 거리 공연 등 핼러윈 프로그램을 중단했고, 롯데월드도 11월13일까지였던 핼러윈 페스티벌을 조기 종료했다. 또 넥슨과 엔씨소프트 등 게임업계도 핼러윈 이벤트를 중단하고 추모 분위기에 동참하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젊은 세대에게 핼러윈 행사가 인기가 많았던 이유 중 하나는 그간 유통업계 등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진행돼 왔던 마케팅”이라며 “이 같은 산업계 전반의 추모 분위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오는 11월11일 빼빼로데이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한편 전국경제인연합회·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단체도 잇달아 성명문을 내고 희생자를 애도했다. 전경련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하며, 조속히 사고가 수습되기를 바란다”고 했고, 중기중앙회도 전날 애도 성명에서 “희생자의 명복을 기원하고 중소기업 산업현장에서도 안전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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