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자(點字)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문자다. 지면에 돌기한 점을 일정한 방식으로 맞추고 손가락으로 만져 스스로 읽고 쓸 수 있다.
▶점자를 사용하기 전에는 파라핀 서판(書板)에 글자를 음각하고 목판에 글자를 새겼다. 조선시대에도 있었다. 당시 시각장애인들은 대나무를 이용한 점자인 죽력(竹曆)을 사용했다. ▶물론 한자가 기반이었다. 아직 한글을 기반으로 한 점자가 탄생하기 전이었다. 한자를 모르면 점자 사용은 소용이 없었다. 무용지물이었다. 일제강점기에는 일본어를 바탕으로 했던 점자도 나왔다.
▶서울 한복판에 있던 의료기관인 제생원의 맹아부 교사가 이 부분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심했다. 한글을 바탕으로 하는 점자를 만들겠다고 말이다.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극복하겠다는 결의도 다졌다.
▶제자 8명과 조선어 점자연구위원회를 꾸렸다. 본격적으로 한글 점자를 창안하기 위해서였다. 물론 갖은 고생이 뒤따랐다. 일제의 감시도 심했다. 한글 사용도 일일이 통제받던 시절이었다. 3년 후 마침내 한글을 기반으로 하는 점자가 만들어졌다. 훈맹점음(訓盲正音)이다. 1926년이었다.
▶세로 3개에 가로 2개 등으로 구성된 점자를 조합해 63개 점자를 창안했다. 송암(松庵) 박두성(朴斗星) 선생이 창시자였다. “실명한 이들에게 조선말까지 빼앗는다면 눈 먼 데다 벙어리까지 되란 말인가”. 송암 선생의 의미 있는 말씀이었다.
▶훈맹정음은 자음과 모음뿐만 아니라 약자, 문장부호와 숫자 등까지 점자로 나타냈다. 그해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반포한 날짜를 양력으로 환산한 11월4일 훈맹정음을 반포했다. 오늘이 바로 훈맹점음이 이 땅에 나온 지 96년째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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