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고발된 회계담당자·필수 피고발인 조사도 안 해 사건 공익제보자 “권한 남용 가능성 경험” 이의신청 검찰, 절차적 문제 등 검토 중… 법조계 “수사 미진”
경찰이 H도시개발 대표 등의 배임 혐의에 대한 공익제보자의 고발 사건을 자체 종결해 논란이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따른 경찰의 권한 남용 가능성을 실제로 경험했다”는 내용이 담긴 공익제보자의 이의신청과 의견서를 받은 검찰이 이 사안에 대해 문제가 없는지 검토하고 있다.
8일 인천지검 등에 따르면 인천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2계 1팀은 지난달 24일 공익신고자가 고발한 H도시개발 대표 A씨에 대한 업무상 배임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 사건을 ‘혐의없음’으로 종결했다. 경찰은 A씨가 지난 2020년 12월22일 인천 계양구 효성도시개발 사업부지 안 무단점유자들에 대한 2억5천여만원의 부당이익금 채권을 포기해 발생한 ‘업무상 배임’ 혐의에 대해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봤다. 부당이익금 채권 포기로 인해 발생한 재산상 손해나, 위배 행위가 있었음을 객관적으로 인정할 자료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경찰은 또 지난 2018년 11월15일 A씨가 B업체를 토지매입 등 업무대행 용역업체로 부당하게 선정, 18억여원의 용역대금을 지급한 특경가법위반(배임) 혐의에 대해서도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혐의없음’ 처분했다. A씨가 이 계약과정에서 부당한 업무를 하지 않았고, 고발인의 주장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경찰은 A씨와 공모했다는 이유로 공익제보자가 A씨와 함께 고발한 이 회사 회계담당자인 C씨도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며 ‘혐의없음’ 판단했다. C씨는 A씨와 공모해 2018년 11월26일~2020년 8월10일 임의경매로 효성도시개발 사업부지 내 토지를 낙찰 받은 토지주에게 H도시개발 법인 명의로 13억9천여만원에 달하는 매매 대금을 주는 등 회사에 손해를 준 혐의(특경가법상 배임)를 받는다.
경찰은 이 같은 공익제보자의 고발 내용을 수사하면서 C씨는 단 한번도 소환해 조사를 하지 않았다. A씨를 3회 조사한 후 혐의없음 처분을 한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경찰은 지난 9월28일 공익제보자가 A씨의 소환조사 일정을 4번에 걸쳐 연기한 것에 대해 항의하자, 9월29일에서야 A씨를 소환해 조사하기도 했다. 경찰의 소극적인 조사에 공익제보자가 해당 수사팀에 대한 기피신청을 하자, 경찰은 지난 9월17일 각하한 뒤 같은 달 20~22일 A씨 등에 대해 ‘혐의없음’으로 종결했다.
법조계에선 국민권익위원회 등에서 공익제보자로 인정했다면 변호사 등을 통해 고발장을 작성하고 증거 자료도 명확하게 제출했을 것이라고 봤다. 특히 회계담당자 등 핵심 피고발인에 대한 조사 없이 회사 대표의 진술만으로 혐의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한 것은 경찰 수사에 미진한 부분이 있어 보인다고 판단했다. 공익제보자는 이 사안에 대해 인천지검에 이의신청과 함께 의견서를 제출했고 검찰은 절차적 문제 등이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
전세준 법무법인 제하 대표변호사는 “공익제보자로 지정할 정도면 고발장도 변호사가 법리 검토를 하고 증거 자료도 확실히 제출했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에서 혐의없음으로 자체 종결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고발 대상이 2명이고 회계 담당자는 돈의 흐름에 대해서 정확하게 파악을 하고 있을 것”이라며 “필수적인 피고발인을 조사하지 않고 대표의 말만 듣고 종결했다면 수사가 미진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고발인의 기피 신청을 각하한 이유는 지난 5월9일 형사소송법을 개정하면서 기피 신청 대상에서 고발인을 제외했기 때문이다. 개정안의 시행일은 지난 9월10일”이라며 “C씨를 소환해 조사하지 않은 이유는 A씨가 H도시개발의 대표고, C씨가 부하 직원이었기 때문으로 고발 내용이 같아서 (조사할 필요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A씨의 진술을 검토해 보니 배임의 고의가 있었다는 증거가 없고,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는 증거나 공모했다는 증거 등이 없었다”며 “법과 원칙에 따라서 수사를 진행해 혐의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한 것”이라고 했다.
주영민·이민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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