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인, ‘혐의없음’ 처리에 보복성 고소 잦아 “자부심이 회의감으로” 검수완박·수사권 조정 부작용… 업무 많은데 피소 늘어 개선 절실 이성만 의원 “지원 강화해야”… 경찰청 “제도 있지만 홍보 미흡”
경기도에서 10년 이상 경제범죄 수사를 전담해온 A씨는 최근 민원인으로부터 고소를 당해 경찰 조사를 받았다. 수사 중이던 사건을 ‘혐의없음’으로 종결 처리한 뒤 조사 과정에서 A씨가 민원인을 협박하고, 강압적인 태도로 수사를 했다는 고소장이 접수된 것. A씨는 “요즘 피의자 조사에서도 강압적인 수사를 하지 않는데, 민원인에게 강압적으로 대할 일이 뭐가 있겠냐”며 “최선을 다해서 수사했는데, 원칙대로 처리한 게 이렇게 보복성 피소로 이어질 줄 몰랐다”고 토로했다.
지능범죄 수사를 맡고 있는 B씨는 최근 수사과를 떠날 생각을 하고 있다. 평생을 수사에 특화된 경찰이란 자부심으로 일해왔지만, 올해만 2건의 보복성 피소를 당하면서 수사 경찰에 대한 회의가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수사권 조정 이후 업무 자체도 많아졌지만, 이렇게 피소되는 경찰도 많다”며 “공무원들은 변호사들의 조력을 받기도 한다는 데, 우리는 본인이 모든 걸 감당해야 한다”고 푸념했다.
지난해 검경수사권 조정과 올해 검수완박(검찰의 수사권 완전 박탈) 이후 민원인들로부터 보복성 고소를 당하는 경찰들이 늘고 있지만, 경찰 내부에는 법률 및 예산지원 등의 제도가 미비하고, 홍보마저도 부족한 것으로 나타나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9일 더불어민주당 이성만 의원(행정안전위원회)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피소돼 기소 이상으로 경찰청에 통보된 경기남·북부경찰청 소속 경찰 수는 193명이다. 경기남부청의 경우 2018년 33명, 2019년 32명, 2020년 27명으로 해마다 감소하다가 수사권 조정이 이뤄진 지난해에는 43명으로 늘었다. 경기북부청 역시 2018년 18명, 2019년 16명, 2020년 11명으로 감소세를 보이다 지난해에는 13명으로 다시 증가했다. 게다가 이는 기소된 경찰 수만 집계한 수치라 실제 피소 건수는 훨씬 더 많다.
경찰청은 정당한 업무 수행 과정에서 피소를 당할 경우 공무원 책임보험, 경찰 법률보험, 소송지원단 제도 등을 통해 변호인의 조력 등을 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지만, 대부분 소송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제도 자체가 복잡해 접근성이 떨어진다. 그마저도 이 같은 제도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는 경찰이 대부분이다. 경찰청 내부 조사에서 이 같은 소송지원제 인지율은 55%에 그쳤다.
이 의원은 “수사권 조정 등으로 경찰의 수사 권한이 커진 만큼 그들이 제대로 된 수사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 제도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소송지원제 외에도 피소 이후 곧장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상담센터를 설치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지원 제도가 있기는 하지만, 잘 몰라 홍보가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많아 홍보를 더욱 강화하는 등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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