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왕으로 선출되는 것이 아니니, 왕비와 같은 영부인이 탄생하는 것은 아니다. 선출되지 않은 그 누구도 평범한 개인이다.
영부인을 선출된 대통령처럼 취급하며 뉴스거리 생산에 여념이 없다. 부부라 해도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일을 수행하는 현시대에, 영부인이라 하여 대통령과 함께 공적인 일을 수행하는 공인처럼 여기는 것은 적절치 않다.
부부 동반이 필요치 않은 석상에 영부인이 나서는 일도 사라져야 한다. 그 어떤 공직자의 부인도 철저히 사생활이 존중되는 개인의 삶을 살아야 하며 사적인 잘못은 사인으로서의 개인이 책임져야 한다. 대통령 부인의 영화도 재벌가나 고관대작의 부인처럼 남편 잘 만나 누리는 것쯤으로 생각하면 된다.
세상의 많은 사람이 가족뿐 아니라 주변 지인들과 호흡하며 서로 영향을 미치며 살아간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들어주고 받아주는 것은 아니다. 가족의 말을 들어 공무를 사무처럼 처리할 것이 우려된다면, 대통령 등 고위 공직자는 가족을 갖지 말아야 할 것이다. 대통령이 부인의 영향을 어떻게 받느냐는 전적으로 대통령의 자질에 달려 있는 것이다. 엄정해야 할 국가 최고의 공무를 수행한다는 공인으로서의 자각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사실 대통령이 공적 기구나 루트를 통해서만 모든 일을 해야 한다면, 대통령은 국민 등 사인을 직접 만나서는 안 된다. 대통령이 누구를 만나 어떤 의견을 듣든 문제는 선택과 결정에 있다. 참모든 가족이든 종교인이든 이야기를 듣고 현명한 선택을 하면 된다. 어떤 경우에도 대통령의 결정은 대통령의 책임이다. 부인이든 도를 넘는 지지자들이든 그 누구의 이야기를 듣든지 간에 늘 좋은 결정을 내리는 대통령이기를 바랄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국정농단이란 그저 결정권자의 무능을 나타내는 개념에 불과하다. 훌륭한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이유이다.
많은 국민이 공감하는 냉철한 비판이 아니라, 오직 정권 망하기를 바라며 트집 잡기, 끌어내리기용으로 사용하는 주장들은 국론분열을 상시화하고 극명화하여, 일촉즉발의 어려운 국제환경 속에서 다시금 망국의 역사를 쓰게 할 상황이다.
지금까지는 국민의 노력과 타국의 도움으로 겨우 버텨왔지만, 이제는 도움을 받지 못하고 국가가 사라질 운명에 놓일 수도 있음을 정치인, 정치의 노예가 되어가는 언론인, 열성 지지자들이 꼭 인식하기 바란다.
모세종 인하대 일본언어문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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