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우리는 예술의 숨결을 흔히 느낄 수 있다. 빌딩 앞에 설치된 거대한 미술품이나 아트가 가미된 간판, 정거장에서 홍보되는 디자인된 광고물, 담벼락을 수놓은 그래피티(graffiti) 등 동시대에 와서 길모퉁이를 돌면 어느 곳에나 쉽게 다양한 형태의 예술을 만날 수 있게 됐다. 즉, 행인을 잠시 다른 차원의 시공간으로 끌어들이는 예술은 우리의 일상 곳곳에 편재해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게 행인에서 관객으로 변화해 어떤 작품 일부가 돼보는 경험도 가능하다.
이는 길을 가다 의도치 않게 어떤 작품 속 일부가 돼버린 행인마저 관객이 될 수 있다는 ‘동시대 문화예술의 관객성’과도 궤를 같이한다. 문화예술은 이처럼 동시대에 와서 이전보다 확장된 개념으로 이해되는 경향을 보이는데 새롭게 재해석된 동시대 문화예술은 더 이상 작품의 창작자, 즉 예술가 중심이 아닌 작품을 보고 즐기는 관객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러한 주변의 현상을 예술의 일상성이라는 관점으로 바라보고 환영해야 할 것이다.
한편 세계의 도심이자 그 자체가 예술로 여겨지는 뉴욕 맨해튼은 이러한 예술의 일상성이 두드러지는 대표적인 도시다. 이 도시를 거니는 것만으로 하나의 예술적 행위를 하는 중이라는 기분이 당연하게 느껴질 정도니 말이다. 필자가 코로나 팬데믹 직전 뉴욕을 방문했을 때 길가에서 사람들의 유쾌한 비명을 들었고, 그 소리를 따라간 길목에서 놀라운 광경을 본 경험이 있다.
으레 차가 다녀야 할 도로가 통제되고 한가운데 설치된 거대한 시소 놀이터가 그것이었다. 맨해튼의 중심가인 37가와 38가 사이 브로드웨이에 누구나 이용 가능한 12개의 대형 시소 예술품이 설치돼 있었다. ‘충동’ 혹은 ‘자극’이라는 뜻을 지닌 ‘Impulse’가 바로 이 작품의 제목으로 단순한 시소가 아닌 5~8m의 다양한 길이로 제작돼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으로 빛을 내는 시소로 이용자들의 튕기는 탄성에 의해 내장된 스피커에서 무작위적 사운드 시퀀스를 방출하는 예술작품이었다.
목적 없이 길을 걷던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고, 휴대폰을 들어 카메라를 켜게 하며 자연스럽게 예술작품의 행위자가 되게 하는 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보는 이도, 시소를 타는 이도 모두 흥분된 기분으로 낯선 사람들과 마주 본 상태로 시소 예술을 즐겼다. 나이도 인종도 알 수 없는 처음 본 상대방의 운동성을 믿고 의지하며 함께 즐기는 찰나에 아마도 어떤 이들은 놀이터에서 시소를 타던 각자의 어린 시절을 떠올렸을 것이다. 필자는 당시 도시 한복판에서 사람들의 함박웃음을 본 것만으로도 그 순간 형언할 수 없는 해방감을 느꼈다.
이렇게 불특정 다수와 함께 의도치 않게 즐거움을 나누는 경험은 과연 예술이 아니라면 가능할까. 그렇다. 동시대에 와서 예술은 우리 일상 곳곳에 깃들어 있고 우리는 다양한 시공간에서 예술을 접하는 경험을 한다. Art is just around the corner. 예술이 우리가 예상치 못한 사이에 항상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박성연 호원대 공연미디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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