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불유초선극유종(靡不有初鮮克有終). “시작이 있지 않은 사람은 없으나 능히 끝을 맺는 사람은 드물다”라는 뜻으로 ‘시경(詩經)’에 나오는 구절이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시근종태인지상정(始勤終怠人之常情), “처음에는 근면하다가도 종국에 가선 게을러지는 것이 사람의 속성이다”라는 말도 나온다. 둘 다 처음의 모습을 끝까지 유지하기 힘들다는 의미다.
어느새 11월이다. 아직 12월 한 달이 남았다며 스스로 위로할지도 모르겠지만, 매년 이 맘 때면 연초에 세웠던 계획을 돌아보며 한숨 쉬는 사람이 많다. 올해는 살을 빼야지, 금연해야지, 어학공부를 해야지, 가족과 시간을 많이 보내야지 하는 새해 첫날의 굳은 결심이 어느새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남은 것이라곤 ‘또’ 아무것도 한 것 없이 시간만 덧없이 흘려보냈구나라는 자책뿐.
물론 처음을 유지하는 일이 쉬웠다면 시종일관이니 시종불투니 시종여일이니 하는, 처음과 끝을 한결같이 하라고 경계하는 수많은 사자성어들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이내 나태해지고, 흐지부지해 버리는 것, ‘내일부터 열심히 하지’라고 미뤄 버리는 것은 글머리에서 소개한 대로 사람의 보편적인 속성인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을 것인가. 나는 평생 작심삼일만 하다 끝나고 말 것이다. 속성을 극복해야 비로소 업그레이드되는 법이다.
자,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내 마음부터 단속해야 한다. 일찍이 공자는 “붙잡으면 간직할 수 있으나 놓치면 없어지고 시도 때도 없이 드나들어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라고 했다. 그러므로 사람은 ‘구방심(求放心)’, 놓쳐버린 마음을 붙잡도록 힘써야 한다는 것이 맹자의 당부다. 뻔한 주문인듯 하지만 이 길밖에 없다. 나를 타성에 젖게 하는 것, 편안함만 좇고 나태해지게 만드는 것, 방종하게 하는 것, 모두 내 마음이 원인이다. 그러니 마음이 흐트러지는 순간을 늘 주시하고 있다가, 잘못된 싹이 움트는 순간 이를 신속하게 뽑아내야 한다.
특히 조심할 것은 스스로 속이지 않는 일이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없이 자신에게 변명을 하고, 자기합리화를 한다. 나중에 해도 돼, 이 정도면 괜찮아, 지금은 바쁘니까 하고 핑계를 댄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사실 나를 속인 것이다. 내 마음이 흔들리는 것을 감추려고 자기변명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태도를 고치지 않는다면, 나는 점점 나의 목표를 낮추게 된다. 미루고 회피하게 된다. 처음 시작할 때 꿈꿨던 내 모습은 영원히 만날 수 없게 된다.
설령 마음의 중심을 잡고 유지하는 데 성공하더라도 주의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사람은 끝으로 갈수록 긴장의 끈을 놓게 된다. ‘행백리자반구십(行百里者半九十)’. 백리를 가는 사람은 구십리를 절반으로 여겨야 한다는 말처럼, 마치는 그 순간까지 마음을 다잡는 일을 멈춰서는 안 된다. 물론 말처럼 쉽지는 않다. 그래도 바로 지금, 올해 남은 50여일 동안 조금이라도 내 마음을 다잡고, 스스로 속이지 않기 위해 노력해 나간다면 매일매일 작은 차이를 더해갈 수 있을 것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
김준태 성균관대 유학동양학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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