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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인] ‘화살에 깃든 문화와 정신’…유세현 국가무형문화재 궁시장 보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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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인] ‘화살에 깃든 문화와 정신’…유세현 국가무형문화재 궁시장 보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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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세현 국가무형문화재 궁시장 보유자가 지난 10일 파주 영집궁시박물관에서 제작 중인 화살을 살펴보고 있다. 송상호기자

대나무를 다듬고 깎아내 화살촉을 끼우고 깃을 붙인다. 언뜻 보면 단순한 작업인 듯 하지만, 그가 재현해낸 화살 곳곳에 선조들의 정신이 오롯이 서려 있다. 파주 영집궁시박물관에서 만난 유세현 국가무형문화재 궁시장 보유자(59)는 화살대를 어루만지면서 잠시라도 눈을 떼지 않았다.

4대째 가업을 이어오며 화살을 만들어 온 유 명인은 문화재청으로부터 2004년 궁시장 전수조교로 지정받았고, 지난달 11일에는 국가무형문화재 궁시장 보유자로 인정받았다. 1983년부터 본격적으로 아버지의 일을 도왔던 유 명인은 1986년부터 화살 제작을 본업으로 삼고 지금까지 전통 문화의 명맥을 잇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긴 통 속에 넣어 발사하는 편전, 발사될 때 바람소리가 나는 효시 등 다채로운 화살들이 유 명인의 손에서 탄생해 왔다. 촉과 살대 등 화살 구성 요소의 형태와 소재에 따라 다양한 화살이 만들어질 수 있는 만큼, 상황과 용도에 맞는 화살을 적합한 목적에 따라 사용하는 것 또한 중요한 일이다. 그만큼 유 명인은 우리 민족이 누린 전통 활쏘기 문화를 현대로 다시 불러와 풍성하게 즐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활을 쏘는 데 필요한 예절과 규율을 계승하는 것만큼, 방치된 활쏘기 문화를 복원해 현대화하는 작업도 중요하다”며 “선조들이 활을 쏠 때 무엇을 생각했고, 무엇을 누렸는지 우리도 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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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세현 국가무형문화재 궁시장 보유자가 지난 10일 파주 영집궁시박물관에서 화살 제작 과정 중 일부를 시연하고 있다. 송상호기자

화살 제작만 40년 가까이 몰두해 온 유 명인은 그간 우리 민족이 지닌 활쏘기 문화의 역사를 짚어보는 주요한 길목에 늘 서 있었다. 그는 육군사관학교 육군박물관에서 복원한 화살을 전시하고, 시연 지도를 맡았던 1994년의 국궁문화축제를 회상했다. 그는 “육사 생도들과 함께 시연하는 발표회를 대중 앞에서 처음 가진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너무 뜻깊은 기억”이라고 되짚었다.

이어 2011년에는 ‘편전 먼장질(멀리 쏘기) 실험’을 위해 편전을 200개 이상 만들기도 했다. 사실 멀리 쏘기에 관한 검증이나 시연은 어렵다. 멀리 쏘는 만큼 화살을 잃어 버릴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늘 연구하는 자세로 일관하는 유 명인은 “당시 가장 멀리 나갔던 화살이 측정치로는 428m였다. 찾은 화살 중에 이 기록이라면 더 멀리 나간 화살이 있었을 지도 모르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음해에 도끼날형, V자형 등의 다양한 화살촉을 고무판, 합판, 등패 등 여러 유형의 타깃에 쏴 보는 실험을 통해 관통력을 측정하기도 했다. 이처럼 그는 자신이 만든 화살이 현 시대의 활쏘기 문화와 어떻게 교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지 끊임없는 연구를 거듭해 왔다.

영집궁시박물관에서는 유 명인이 궁시장 보유자로 인정받은 데 따라 2022 국가무형문화재 궁시장 공개행사 ‘2022 지홍전(知弘展)’이 지난 12일 개막해 오는 23일까지 이어진다. 그는 “국가무형문화재로 인정받는 데 있어 중요했던 과정이 유엽전 제작이었다”면서 “게다가 유엽전은 현재 많이 보급되는 죽시의 모태가 되는 화살인 만큼, 궁시장 보유자로 인정받은 뒤 처음 개최하는 전시 주제로 다루기에 더할 나위 없이 적합하다고 여겼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선 화살촉이 버드나무 이파리를 닮았다는 데서 이름이 유래한 유엽전을 비롯한 전통 화살의 제작 과정을 단계별로 살펴볼 수 있다.

유 명인은 국가무형문화재 궁시장 보유자로 인정받았다는 데 대해 “너무나 큰 영광이다. 다만 지금껏 해 오던 것과 달라지는 것은 없다”면서 “중압감과 책임감이 더 커진 만큼 매사에 신중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전통 화살의 복원, 그에 이은 시연과 발표를 확대해 대중들과 문화를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며 “다른 나라는 없는 문화도 만들어내는 판국에, 우리는 있는 문화를 제대로 살리는 방법에 관해 연구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강조했다.

송상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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