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道 산하기관장 2023년에 임명하려나/도의회 파행, 이번엔 청문회 파행으로

‘내정된 대표’만 있고 ‘취임한 대표’는 없는 산하기관이 쌓여간다. 경기관광공사, 경기연구원, 경기일자리재단,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 경기도사회서비스원, 경기복지재단, 경기도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이다. 어느 곳 하나 도민 삶과 직결되지 않은 곳이 없다. 대표가 있어야 경기도와 업무 공조를 할 수 있다. 관광, 연구, 일자리, 상권, 서비스, 복지를 풀어갈 설계, 지침, 예산 등이 돌아간다. 이렇게 중요한 자리들이 곳곳에 비어 있다. 사람은 정했는데 임명되지 못한다.

공석 기간이 짧게는 몇 달, 길게는 1년을 넘는다. 내정을 서둘렀던 이유가 그래서다. 이런 노력들이 도의회 앞에서 멈췄다. 도가 인사청문 보고서도 보내지 못하고 있다. 추경안 심사 파행이 앞을 꽉 막고 있다. 도정과 교육 현장이 아우성이다. 도정의 각종 민생 사업들은 중단 위기고, 교육청의 학교 신축과 급식은 간당간당한다. 여기에 도·교육청에 대한 행정사무감사까지 시작됐다. ‘11월로 넘어가면 기관장 인사가 해를 넘길 수 있다’던 우려가 현실이 돼 가는 중이다.

청문회를 발목 잡는 직접적인 요인이 있다. 도의회가 던진 몇 가지 선결 조건이다. 그 하나가 청문회 대상 기관 확대다. 현재 20개인 대상을 26개 전 산하기관으로 넓히자고 요구한다. 다른 하나는 인사청문회 기간 연장이다. 현재 하루인 청문을 이틀로 늘리자고 한다. 또 다른 하나는 청문보고서 채택 기간을 10일에서 20일로 늘리자는 요구다. 도 집행부로서는 청문 연장, 보고서 연장도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다. 하지만 무엇보다 비현실적인 것은 대상 기관 확대다.

산하기관 인사청문회는 민선 6기 남경필 지사 때 처음 도입됐다. 적격 결정권은 없고, 대상 기관도 일부였다. 그후 대상과 강제성이 점차 확대됐다. 김동연 지사 들어서는 대상 기관을 15개에서 20개로 확 넓혔다. 도 출자·출연 기관을 모두 포함시켰다. 그럼에도 대상이 안 되는 곳에는 이유가 있다. 대표 결정 구조가 이사회 등 독자적으로 규정된 기관들이 있다. 근거 규정 등을 바꿔야 한다. 예산이나 규모가 청문회 대상으로 삼기에 작은 곳도 있다. 애초에 논쟁거리가 아니다.

경기도 책임도 있긴 하다. 풀어가야 할 일방이다. 도의회 전체 책임도 있다. 중론을 모아가야 할 집단이다. 도의회 민주당 책임도 있다. 열린 자세로 국민의힘을 품고 가야 한다. 하지만 이 모든 책임보다 위가 국민의힘이다. 개원 이래 파행의 중심이었다. 새삼 열거하기에도 벅차다. 볼썽사나운 당내 갈등까지 계속됐다. 오죽하면 ‘국민의힘은 대화할 상대가 누구인지 모르겠다’는 말이 나오겠나. 도민이 준 ‘황금분할’을 끝없는 ‘갈등 분할’로 전락시킨 책임이 크다.

지방 자치의 꽃은 지방의회다. 지방의회 역할은 커져야 한다. 의회 사무처 인사권 이양을 우리가 환영했던 이유도 그래서다. 올 2월 사무처 직원 인사권이 도의회로 왔다. 최근에는 의회 사무처장 인사권까지 도의회로 왔다. 이쯤이면 더 성숙한 의회상을 보여줘야 하는 것 아닌가. 추상 같은 견제와 합리적인 대안을 내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 게 없다. 그저 도의원의 위력만을 과시하고 있다. 그런 위력 과시라면 이미 충분히 발휘되고도 남았다.

추경안 깔고 앉아 도정 마비시키고, 교육 휘청이게 하고, 산하기관까지 ‘빈집’ 만들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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