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인천] 이태원 참사와 미디어 리터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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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안 인천시청자미디어센터장

10월29일 자정 무렵부터 밤새 TV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넘나들며 뜬눈으로 보냈다. 심장이 쿵쾅거리고, 오만가지 걱정과 불안이 머릿속을 헤집고 다녔다. 지금도 그날 밤을 생각하면 심장이 두근거리고 두통이 몰려온다. 우리의 미디어들이 지금 제 할 일을 하고 있는 것인가라는 의문 때문이다.

다음 날 하루가 다 지나도록 어떤 미디어를 통해서도 희생자가 누구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회신이 오지 않는 지인이 걱정되기 시작했고, 확인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여기저기 피해자와 실종자 신원 확인을 위해 전화를 돌렸다. 병원으로, 경찰서로, 구청과 시청으로....

이태원 참사는 희생자와 유가족,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뿐만 아니라 미디어를 통해 바라 볼 수밖에 없었던 많은 사람들에게도 세월호 참사 때의 무력감을 떠올리게 했다.

10월29일 밤새 언론사들은 재난보도 준칙을 지키지 않았고, 무분별한 정보와 영상들이 SNS를 통해 여과되지 않고 퍼져나갔다. 무분별한 현장 영상과 정제되지 않은 속보, 생존자의 트라우마를 가중시키는 인터뷰가 밤새 쏟아졌다. 그날 밤 참사와 함께 집단 트라우마 발생의 위험성이 전 국민에게 확대 재생산되고 있었다.

소통방식이 완전히 다른 미디어들이 끊임없이 새롭게 등장하고, 전 국민이 사용하고 있음에도 미디어를 어떻게 읽고, 쓰고, 다뤄야 하는지에 대한 ‘미디어 리터러시’의 중요성이 여전히 강조되지 않고 있다.

우리의 삶과 미디어는 더 이상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다. 어떤 미디어를 즐겨 쓰는지는 그 세대의 삶의 방식과 태도를 결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어린아이들조차 미디어에 대한 아무런 보호 장치나 교육 없이 광야에 던져져 있다. 혼자나 또래집단끼리 미디어를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상업적이고 중독적 요소와 장치가 가득한 SNS 사용이나 집단 트라우마 상황이 한국의 초고속 미디어 때문이라는 외신의 지적이 아프다.

심리치료 전문가들은 트라우마는 누적되면서 더욱 커지고, 결코 잊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회복될 거야”, “괜찮아 질 거야”라는 말로 위로하는 것도 부적절하다고 한다. 유가족과 전 국민이 함께 서로 도우면서 공감하고 위로하는 것만이 트라우마를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희생자와 유가족, 생존자들에 대한 위로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 희생자들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어떤 꿈을 가지고 있었는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그것이 집단 트라우마를 가중시킨 미디어와 SNS플랫폼이 지금 해야 하는 일이다.

최지안 인천시청자미디어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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