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 그날도 요즘같이 쌀쌀한 가을 날씨였다. 찬 공기가 가시지 않던 이른 아침, 당시 부사관으로 군복무 중인 홍재석씨(71·기흥구 동백동)는 인천 부평의 한 마을에서 보따리를 품에 안은 80대 할머니를 발견했다.
거동이 많이 불편해 보이는 할머니는 종종걸음으로 어딘가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홍씨는 자신도 모르게 이끌려 할머니의 뒤를 계속 따라갔다.
15분여 지났을까. 마침내 다다른 곳은 마을 외곽에 위치한 한 노인시설이었다. 그곳을 둘러보니 중증장애인부터 나이 많은 어르신까지 다같이 모여 공동체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들을 보니 고향에 계신 어머니 생각이 났다. 세월이 흘러 연로하고, 요양원에서 홀로 쓸쓸히 지내실 수도 있다는 생각에 홍씨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이때부터였다. 홍씨는 주말 등 시간이 날 때마다 요양원을 찾아 청소, 목욕, 말동무 등 어르신들의 손과 발이 됐다. ‘어머니를 모시는 마음’에서 비롯돼 홍씨가 봉사활동에 본격적으로 빠지는 순간이다.
상사로 진급한 홍씨는 1989년 7월 ‘지상작전사령부(당시 제3야전군사령부)’로 전근을 가게 됐다. 우연히 알게 된 수녀님의 부탁을 받아 사회복지법인 천주교인보회에서 운영하는 노인요양원(인보마을)과 군부대는 자매결연을 했다.
군 동료들과 목욕봉사, 시설청소, 무료급식 등 어르신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지속적으로 했다. 전역한 후에도 마찬가지다.
시간이 흘러 홍씨의 나이도 어느덧 70세를 넘겼다. 그럼에도 그는 인보마을과 모성의집에서 각각 운영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봉사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주말과 공휴일이면 한울장애인공동체 등을 비롯한 지역 내 다양한 사회복지시설을 찾아다니며 소외된 이웃과 취약계층을 돕는다.
이렇듯 30년이 넘도록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나눔을 펼치는 그를 지역에서는 ‘봉사왕’으로 칭송한다.
그렇게 봉사한 지 어느덧 33년째. 용인시자원봉사센터 기록을 보면 그는 자원봉사로만 1만8천8백14시간을 수행했다.
2만시간대는 매일 4시간씩 14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봉사해야 채울 수 있는 경이로운 기록이다. 최저임금으로만 계산해도 1억원을 훌쩍 넘을 정도로 가치 있는 시간이다.
이도건 용인시자원봉사센터 사무국장은 “자원봉사를 돈으로만 따질 수 없지만 모두에게 귀감이 되는 분이 용인특례시에 계시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한다. 자원봉사가 낯선 사람들에게 봉사를 시작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 달가량 남은 올해의 목표는 지역에서 더 많은 소외계층 발굴에 집중하고 싶다고 전했다. 또 내년에는 과거에 추진했던 발명동아리도 활성화시켜 봉사활동에 접목하길 소망한다.
홍씨는 “모두가 각자의 능력을 조금만이라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쓴다면 세상은 더욱 행복할 것이다. 봉사활동을 하고 나면 굉장히 뿌듯하고 에너지도 생긴다. 봉사를 통해 더욱 많은 사람이 아름답고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한다”고 웃음지었다.
용인=김경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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