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 국가에서 최초로 열리는 ‘2022 카타르 월드컵’이 21일(한국시간) 개막했다. 개막식 후 A조의 카타르와 에콰도르가 첫 경기를 펼쳤다. 경기가 한창 진행되고 있을 즈음, 에콰도르 축구 팬들은 “우리는 맥주를 원한다”고 소리쳤다. 이슬람 국가인 카타르에서는 음주는 물론 주류 판매도 할 수 없다. 축구 팬들은 경기장 주변에서 맥주를 구할 수도, 마실 수도 없다.
국제축구연맹(FIFA)과 카타르 당국은 ‘지구촌 축제’인 월드컵 기간에는 경기 입장권 소지자에게 경기장 외부 지정 구역에서 맥주 판매를 허용했다. 경기를 보며 맥주를 마실 수는 없어도 경기 시작 3시간 전부터 정해진 장소에서 마시고 들어갈 수는 있었다.
하지만 개막 이틀을 앞둔 지난 18일 이를 철회했다.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3시간 동안 맥주를 마시지 않아도 사람은 살 수 있다”며 판매금지 결정이 문제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대회뿐만 아니라 프랑스나 스페인, 포르투갈 경기장에서도 맥주 판매가 금지되고 있다”고 했다.
FIFA의 이번 조치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때와는 정반대다. 당시 브라질은 FIFA의 압력으로 경기장에서 술을 팔 수 없다는 법령을 수정해야 했다. 제롬 발크 당시 사무총장이 “술은 월드컵의 일부”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FIFA가 개최국의 눈치를 봤다.
FIFA와 카타르 당국의 경기장 맥주 판매 금지 결정에 불만이 쏟아졌다. 판매 금지 날벼락을 맞은 월드컵 후원사 버드와이저는 공식 트위터를 통해 “어, 이러면 곤란한데(Well, this is awkward)”라는 글을 올렸다가 삭제했다. 다음 날에는 캔이 쌓여있는 창고 사진을 올리면서 “우승하는 나라가 버드와이저를 갖는다. 누가 갖게 될까?”라고 썼다. 남은 맥주를 우승국에 주겠다는 것이다.
월드컵 기간 중 맥주는 카타르 도하 시내 ‘팬 구역’과 일부 외국인 대상 호텔에서만 음주가 가능하다. 팬 구역에서 500㎖ 맥주 한 잔에 50리얄(약 1만8천원)에 팔고 있다.
축구 볼 때 맥주 한잔 없으면 서운하긴 하다. 집에서 ‘치맥’ 하면서 월드컵을 관람하는 즐거움을 기대하는 국민이 많다. 월드컵과 맥주를 즐기되 과음은 금물이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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