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그곳&] 집 경매 넘어갔는데, 전세금 받을수 있나요?...‘깡통 전세’ 피해자 눈물의 자문

인천지역 815건 중 미추홀구 618건 집중
區 법률 지원 접수처 운영 첫날부터 긴 줄

image
22일 오전 '전세 사기 피해 주민들을 위한 법률 지원 접수처'가 문을 연 인천 미추홀구 본관 3청사 1층 인권센터에서 피해자들이 접수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장용준기자

“집이 경매에 넘어갔어요, 제 전세금 어떻게 하죠? 돌려받을 수 있겠죠?”

22일 오전 11시께 인천 미추홀구청 본관 인권센터 내 ‘전세 사기 피해 주민들을 위한 법률 지원 접수처’가 문을 연 첫날. A씨(59)는 전세금 8천500만원을 돌려받지 못할 처지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 곳을 찾았다. A씨는 지난해 12월 미추홀구의 한 주상복합 아파트에 전세로 입주했지만, 지난 5월 이 집의 주인이 바뀌었다는 통보를 받았다. 임대인이 자금난에 빠져 아파트가 법원 경매로 넘어간 것이다. 이는 아파트 56가구 중 31가구에 달한다. A씨는 “전세 계약한 임대인이나 부동산 모두 연락이 끊겼다”며 “이 곳에서 도움받지 못하면 고스란히 전세금을 날린다”고 했다.

이날 이 곳을 찾은 인근 숭의동의 한 아파트에 입주한 100여가구 주민들도 상황은 마찬가지. 지난 6월 입주했지만, 이미 아파트에 1억원이 넘는 근저당이 잡혀있어 전세금을 날릴 처지다. 이 밖에도 법률 자문을 구하려는 피해자들의 줄이 길게 이어지기도 했다.

인천지역에서 ‘깡통 전세’ 사기가 기승을 부리며 세입자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미추홀구와 인천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 7월부터 전세사기 특별 단속을 벌인 결과, 이날까지 모두 815건을 적발했다. 이중 미추홀구는 아파트와 오피스텔, 빌라 등 총 19곳에서 618건이 발생하는 등 피해가 몰려있다. 피해규모는 모두 426억원에 달한다.

국토교통부가 조사한 지난 8월 전국 75개 지방자치단체에서 발생한 총 511건의 보증사고 중 53건이 미추홀구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서울 강서구(60건) 다음으로 높다. 특히 미추홀구의 보증사고율은 21%로 5집 중 1집이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

미추홀구 관계자는 “법률 지원 접수처에서 관련 지원을 받도록 하고,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대한변호사협회와도 연계해 지원이 이뤄지도록 할 계획”이라고 했다.

특히 지역 안팎에선 정부 차원의 전세사기 피해 지원센터 설치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미추홀·연수·남동·부평구 등의 평균 전세값 비율이 전국평균 83%를 웃도는 88%에 달하는 만큼 인천에 센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전세 사기 피해지원센터는 서울 강서구에 단 1곳만 있다.

배상록 미추홀구의회 의장은 “수도권에 집중된 전세사기 피해 지원을 위한 센터가 서울시에만 있다는 것은 지역 차별에 해당하는 부당한 처사”라며 “정부가 이 문제를 가볍게 여기지 말고 인천시민이 충분한 피해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센터를 인천에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민수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