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절반이 女 선수, 고충 해결 통한 경기력 향상에 최선 “인생 선배 경험 바탕으로 소통하고 고충 들으며 해결에 주력”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후배들을 위해 용기를 냈습니다. 처음 가는 길, 그동안 경험을 바탕으로 맡겨진 역할에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최근 한국 펜싱 사상 최초의 여성 국가대표 전담 지도자로 선임된 이명희 코치(48·경기도청)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경기력 향상을 위한 지도는 물론, 어머니 같은 섬세함과 언니 같은 따뜻함으로 선수들의 고충을 해결해주는 조력자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 코치는 “과거 국가대표 선수로 뛰면서 지도자들이 모두 남성이어서 신체적, 심적인 고민이나 부담을 털어놓기가 어려웠다. 현재 펜싱 대표팀 절반이 여자 선수인 만큼 여성 전담 지도자로서 이들과 소통하면서 고충을 들어주고 해결하는 데 인생 선배로써의 경험을 살려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실 이번 (지도자 공모)응모에서 부터 합격 소식을 접하고도 내 선택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이제는 어느 정도 정리가 됐고 앞으로 내가 입촌해 해야할 일만을 생각하고 있다. 주부의 입장에서 입촌에 대한 부담감이 컸는데 그 때마다 펜싱 지도자인 남편의 외조와 역시 펜싱 선수인 두 아들의 응원이 힘이됐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 코치는 “그동안 여성 전담 지도자 공모가 4차례나 응모자가 없어 재공모를 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아무래도 전례가 없었기 때문에 다른 지도자들도 가정과 입촌 생활을 놓고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내가 2년 임기를 잘 수행한다면 보다 더 많은 여성 지도자들이 용기를 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이 코치는 “여자 선수들은 남자 선수에 비해 예민해서 대회를 앞두고는 심적 부담이 크고, 자칫 주전에서 제외되는 데 따른 소외감 등에 상처받기가 쉽다”면서 “이러한 심리적 부담감이나 고민을 잘 알기에 어머니, 이모와 같은 따듯함으로 선수들의 심적 부담을 덜어주는 카운셀러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어려웠던 결정 과정을 흔쾌히 수락해준 팀 관계자들과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늘 힘이 되어주는 남편, 두 아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선구자의 자세로 맡은 소임을 수행해 내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내비쳤다.
한편, 이명희 코치는 1998년 방콕아시안게임 여자 에페 단체전 은메달리스트로 6년간 국가대표로 활동했다. 은퇴 후 화성 향남고 코치로 후진 양성에 힘써 수많은 유망주들을 키워내며 팀을 ‘에페 명문’의 반열에 올려놓은 뒤 2019년부터 경기도청 팀을 맡아 ‘명가 재건’에 힘쓰고 있다.
황선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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