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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신도시, 새로운 원도심] 재개발 새 옷 입고 부활… 원도심 변신은 무죄
경제 오래된 신도시, 새로운 원도심

[오래된 신도시, 새로운 원도심] 재개발 새 옷 입고 부활… 원도심 변신은 무죄

지역 안 구도심들 발빠른 변화... "부동산 안정화 도움될 것"
금광1구역 재개발 5천가구 조성... 중동1·신흥2구역도 빠르게 변화
‘언덕 도시’ 고층아파트 꽉 들어차... 주민 “뒷목 아파진 동네로 달라져”

낡은 신도시를 재정비하는 데 여념이 없는 사이, 오래된 원도심은 깔끔한 새 옷을 차곡차곡 갈아입고 있었다. 재건축·재개발·리모델링 등의 이슈로 경기도 내 1기 신도시가 소란스러운 저편에서 지역 안 구도심들은 발빠르게 탈바꿈하는 중이다. 여러 동네에 다양한 도시가 있지만 경기일보는 특별히 성남시에 초점을 맞춰 오래된 신도시 및 새로운 원도심을 조명해봤다. ‘부자 동네’이면서 ‘예비 특례시’인 성남 안에서, 분당 옆이자 판교 옆인 지역의 테두리 안에서 현재 어떠한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을까. 편집자주

 

① 성남 구도심 어제와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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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성남 금광1구역 재개발 사업 추진 전 모습. LH 경기지역본부 제공

'토박이에게 듣는 舊도심의 어제와 오늘

‘성남 토박이’ 김성훈 씨(32)는 1991년 수정구 수진동에서 태어나 부모님과 함께 신흥동·단대동 등지에서 20여년간 살아왔다. 그러다 지난해 분당구 판교동의 한 회사에 취업하게 되면서 수내동으로 이사해 인생 첫 자취를 시작했다.

자칭 ‘성남 박사’라는 그는 일평생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왔던 수정구는 물론, 옆 동네 중원구와 이제는 분당구까지 포함해 “성남을 꽉 잡고 있다”며 우스갯소리를 던졌다.

과거와 오늘의 성남, 어떤 점이 크게 달라졌는지 묻자 그는 “동네를 둘러볼 때 고개를 더 높이 들게 된다는 점”을 들었다. 김성훈 씨는 “안 그래도 성남은 ‘언덕의 도시’인데 점점 고층 아파트까지 많이 세워지면서 전체적인 도시의 건물 높이가 올라간 것 같다”면서 “그동안 본가(수정구)에선 고개를 들 일이 없었는데 최근에 새록새록 도시가 바뀌고 있어서 뒷목이 아플 정도”라고 농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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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성남 금광동 모습. 성남시 제공

그가 요즘 들어 ‘뒷목 아파진 동네’로 추천한 지역은 중원구 금광동 일대다. 정확히는 삼성대로 옆 ‘e편한세상 금빛 그랑메종’이다.

e편한세상 금빛 그랑메종은 성남지역에서 가장 세대 수가 많은 아파트 단지(6개 단지·5천320호)로, 과거 금광1구역을 재개발해 조성했다. 총 구역 면적은 23만3천366㎡, 입주 시기는 2022년 11월 현재다.

이곳 1~5단지(4천412호)는 이미 분양이 이뤄졌고 6단지(908호)는 임대 단지로 5년 후 분양 예정이다. 출입구 앞을 포함한 단지 일대에선 아직 정비기반시설 공사가 진행 중인데, 이 공사가 끝나면 금광1구역 재개발이 마무리 된다고 볼 수 있다.

성남의 변화는 비단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금 이곳 외에도 ‘신흥역 하늘채 랜더스원(2천411호)’, ‘산성역 자이푸르지오(4천744호)’ 등 새로운 단지들이 입주민을 기다리고 있다. 각각 중동1구역(10만8천424㎡), 신흥2구역(21만733㎡)을 재개발해 꾸리고 있는 단지들이다.

1기 신도시 재정비를 두고 각종 현안이 떠다니는 동안, 성남 안에서만 금광1·중동1·신흥2 등의 원도심이 재개발을 마쳐가며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연우·안치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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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 금광1구역을 재개발해 조성한 ‘e편한세상 금빛 그랑메종’ 아파트 인근에서 지난 23일 오후 정비기반시설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은진기자

성남 재개발 핵심은 ‘순환정비’… 거주민 생활 안정화

1개 구역도 제대로 마무리 짓기 힘든 재개발, 어떻게 3개 구역을 동시에 진행해낼 수 있었을까.

성남시 내 재개발 과정에서 속도감을 높여준 핵심 키(key) 중 하나로는 ‘순환정비방식’이 꼽힌다.

25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경기지역본부에 따르면 그동안 성남지역의 재개발 사업은 정비가 시급한 구역부터 순차적으로 3단계에 걸쳐 이뤄져 왔다.

큰 틀에서 각각을 나누면 ▲1단계는 단대구역, 중동3구역 ▲2단계는 금광1구역, 중동1구역, 신흥2구역 ▲3단계 수진1구역, 신흥1구역 등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순환정비방식의 재개발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보통 재개발은 ‘철거’, ‘보존’, ‘순환정비’로 분류되는데 이 중에서 순환정비를 택했다는 의미다.

이때 순환정비는 사업구역 인근에 이주민들을 위한 주택을 먼저 마련해 기존 주택 거주민들을 이주시킨 뒤, 사업이 끝나면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을 말한다.

기존의 일반적인 정비사업에선 지구 내 거주민들이 개별적으로 이주를 하다보니 주민 다수가 본 생활권에서 벗어난 지역으로 이주하게 되거나 현지에 재정착하지 못한다는 지적 등이 제기돼 왔다. 하지만 순환정비방식은 사업구역 인근에 이주단지가 조성돼 기존의 생활권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안정된 생활을 지속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단기간 집단이주에 따른 인근 지역 전세난과 주택가격 폭등을 예방할 수도 있다.

예컨대 성남 1단계 재개발 사업의 경우를 보자. 당시 LH는 재개발 사업구역 근처인 성남 도촌지구에 이주단지를 마련해 주민들이 원활히 이주할 수 있도록 했다. 민간 조합방식의 원주민 평균 재정착률은 15% 수준인 반면 성남 1단계 재개발 재정착률은 단대구역 49.9%, 중동3구역 53.4% 등을 기록했다.

현재 성남 2단계 재개발 사업 역시 LH가 성남 여수 및 위례지구에 순환 이주단지를 조성해 주민들의 생활 안정을 돕는 중이다. 이를 통해 세입자와 소유자와의 갈등, 일시 대규모 주민 이주에 따른 인근 지역 전세난 야기 등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순환정비방식이 부동산 안정화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제한된 면적에서 이주민들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주택이 없다면 결국 수요가 많고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가격이 오르는 현상이 일어난다. 이럴 때 전·월세 가격 및 부동산 수익률 등을 안정시키기 위해 순환개발방식을 사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즉 순환정비방식이 가능한 건 ‘미리 지은 주택’이 있다는 의미다. 성남의 경우 도천지구가 해당되는 이야기”라며 “성남의 단대구역, 금광구역 등에서 현재 순환개발방식이 쓰이고 있는데 이는 장기적으로 부동산 시장에도, 거주민에게도 안정화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연우·이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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