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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으면서 배우는 지역사 ‘걸음마’ 대장 유호명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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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으면서 배우는 지역사 ‘걸음마’ 대장 유호명씨

현장확인형 역사문화강좌의 새 모델로 관심 가져볼만 … 13차 강좌에 연 350여명 참여 열기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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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음마 프로그램 진행자 유호명 경동대 대외협력실장

의정부1동 행복로 옛 중앙극장 건물 앞에서 30대부터 70대까지 남녀 30여명이 옹기종기 모여 인솔자인 유호명 대장의 설명을 듣고 있었다.

“1974년 신문에 제 고교(의정부고) 은사님 함자가 보였습니다. 중앙극장으로 교외 학생지도를 나오셨다가 극장 주인과 주먹다짐 끝에 파출소로 간 겁니다. 나중에 국제적 영화제작자가 된 영화관 주인 이태원씨(태흥영화사·작고)나 제 은사님 모두 앞날을 알 수 없었던 거지요.” 그러면서 당시 서울 강북의 고등학생들이 주말에 영화를 보러 의정부를 오갈 때 탔던 13번 대원버스가 오늘날의 KD운송그룹으로 성장했다는 설명을 이어갔다.

의정부 향토사학자 유호명 경동대 대외협력실장(양주 메트로폴캠퍼스)이 지난 26일 그동안 13차례 진행한 역사문화강좌를 무사히 마쳤다.

이 프로그램은 의정부문화원이 지난 5월부터 매달 두 차례씩 진행한 지역사 인문학 강좌 ‘걸으면서 음미하는 마을이야기’(걸음마).

걸음마는 의정부 지역사를 꾸준히 수집·기록·보급해 온 의정부문화원이 도서관이나 가정집 서가에 꽂힌 채 읽히지 않고 박제화되는 서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마련한 프로그램이다.

걸음마 대장은 의정부 토박이인 유 실장이 맡았다. 그는 의정부 지역사와 개인적 추억을 다룬 단행본 ‘의정부를 담다’의 저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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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차 걸음마에서 회원들이 의정부 신곡동 청룡마을의 쇄락한 골목에서 담장벽화를 보고 있다.

그가 대장을 맡은 걸음마 프로그램은 결과적으로 성공적이었다. 5월21일 ‘역마에서 철마로–녹양동’으로 처음 걷기 시작해 지난 26일 ‘우리 것의 회복–두험천’까지 13차례에 걸쳐 매회 10㎞ 정도 걷는 쉽지 않은 역사해설 모임에 연인원 350여명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이러한 방식의 현장확인형 역사문화강좌에 다른 기초자치단체들도 관심을 가졌다.

유 실장은 “매회 표를 20여장 만들어 나눠 드리는데 이걸 꼼꼼히 밑줄 쳐 읽으시고 다음에 와서 질문까지 하시는 분이 계신다”며 뜨거운 참여 열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의정부의 가장 오래된 지명은 녹양, 지자체 간 연고권 다툼이 없는 류득공, 가능동의 국내 첫 촛불문화제, 비석을 통한 갈립산(천보산) 지명 확인, 현장에서 확인되는 양반가의 분재(分財), 의정부 소풍길에 대한 제안, 역사 인물들의 러브스토리 등 걸음마 과정 중에 발굴하거나 공유한 이야기와 에피소드를 줄줄이 풀어놓았다.

유 실장은 “이름이 성격을 규정한다”며 “서울 구간의 국가하천 중랑천은 차치하고 지방하천 중랑천을 두험천으로 되돌리면 이로써 얻어지는 지방자치 활성화의 추력이 매우 클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주=이종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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