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아침] 여성폭력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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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화 인천여성가족재단 정책연구실 연구위원

여성폭력 추방주간의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 1일 여성가족부는 제3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2023~2027년) 수립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논란이 된 부분은 기본계획안에서 ‘여성폭력’, ‘젠더폭력’, ‘성폭력’이 모두 사라지고 그냥 ‘폭력’ 또는 ‘성범죄’로 대체된 것이다. 조용수 여성가족부 여성정책과장은 “정책용어 사용에 있어 의견이 분분하다.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의 ‘여성폭력’ 정의를 바꿔야 한다는 의견들도 있어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해명했다. 여성폭력에서 여성을 삭제하는 것은 여성안전의 문제를 성평등정책 이슈가 아닌 치안의 문제로 바라본다는 것이다.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은 ‘여성폭력’을 “성별에 기반한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 신체적·정신적 안녕과 안전할 수 있는 권리 등을 침해하는 행위로서 관계 법률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성희롱, 지속적 괴롭힘 행위와 그 밖에 친밀한 관계에 의한 폭력,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폭력 등을 말한다”로 정의하고 있다. 여성폭력 개념은 개별 여성들이 겪는 폭력 피해의 경험이 우리 사회의 남녀 간 사회적, 신체적 불평등한 힘의 관계에 기반해서 발생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여성폭력은 형법으로 처벌하는 성추행, 강간 등의 성폭력뿐만 아니라 여성의 교육권과 노동권을 침해하는 성희롱과 지속적인 괴롭힘, 성적 대상화와 성적 착취를 수반하는 성매매, 일상 통제와 위협적 행동을 수반하는 교제폭력 등 문화적으로 여성의 자유를 침해하고 종속적 지위로 유지시키는 행위도 포함하고 있다.

인천에서는 여성폭력방지법과 관련 조례에 따라 2022년 인천광역시 여성폭력 실태조사를 처음으로 실시했다. 인천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여성 1천11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를 통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일생 동안 살아오면서 강제추행(상대방이 나의 의사를 무시하고 강제로 신체접촉을 하거나, 폭행이나 협박을 통해 강제로 성추행하는 행위) 피해를 입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여성이 26.0%였다. 최근 3년 동안 직장을 다니면서 성적 불쾌감을 주는 언행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여성이 11.6%이고 신체접촉(시도)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사람도 9.7%였다. 여성들은 직장과 학교, 가족, 지역사회 등 일상의 곳곳에서 일생 동안 빈번하게 폭력을 경험한다. 우리가 여성폭력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이유는 여성들이 생애 과정에서 경험하는 다양한 폭력과 성폭력이 연속성과 중첩성을 갖고 있다는 점, 그리고 이러한 폭력은 우리 사회의 성불평등한 현실에 기반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정승화 인천여성가족재단 정책연구실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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