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 재난을 이기는 힘‚ 다시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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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인천광역시사회서비스원 정책연구실장

지난달 24일 일어난 우루무치 화재 참사로 촉발된 ’백지 시위‘로 인해, 중국은 3년 가까이 고수해온 강력한 제로 코로나 정책을 드디어 완화하기 시작했다. 한 명의 감염자가 발생해도 수천명이 사는 주거 단지를 봉쇄하는 그야말로 극단적인 조치까지 불사한 중국의 코로나19 대응방식은, 입국금지나 이동제한 없이도 의료시스템과 일상을 유지한 우리나라의 사례와 여러모로 대비돼 왔다.

코로나19 대응에서 중국과 우리나라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무엇일까? 그것은 민주주의다. 조시 로긴은 2020년 3월11일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칼럼에서 ‘한국은 코로나19에 맞서 민주주의가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라고 말하면서, 많은 확진자들이 나온 대구 전체를 감옥으로 만들지 않고도 방문을 자제하도록 설득해낸 것을 그 사례로 들었다. 이 칼럼에서 반복적으로 언급한 것은 투명성과 개방성이라는 민주주의의 원칙에 충실한 우리나라의 대응방식이 인권적으로는 물론 효과 측면에서도 더 우월하다는 점이었다.

재난은 늘 갑자기 일어난다. 이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자원은 정보다. 윗사람의 입만 바라보게 만드는 권위주의적 방식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재난 상황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차단한다. “민주주의가 없다면 아래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지 못한다.” 대약진운동의 여파로 수천만명이 굶어 죽은 후, 마오쩌둥이 중국 공산당 간부들에게 한 말이라고 한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지도 못하는데 대응책을 만들 수 있을 리가 만무하다.

최근 들어 너무나 가슴 아픈 사건들이 많았다. 수원에서, 서울 신촌에서, 인천 서구에서 생활고에 시달리던 모녀가, 일가족이 목숨을 버렸다. 정부는 복지사각지대 발굴을 강조하지만, 이미 격무에 시달리고 있는 지자체 공무원의 힘만으로 삶의 희망을 잃고 숨어버린 사람들을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 결국 우리가 의지할 것은 “아래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있게 해주는” 민주주의의 힘이다. 어려운 이웃을 발견해 지자체에 알려줄 수 있는 시민이 많아진다면, 집단지성을 발휘해 힘든 이웃을 도울 방법을 함께 찾아주는 시민이 늘어난다면, 생활고에 지쳐 스스로 생을 포기하는 비극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인천시가 내년부터 본격 시행하는 지역사회보장협의체 활성화 사업도 민주주의의 힘에 기대어 복지사각지대를 없애고자 하는 것이다. 이 사업을 통해 4천여명에 이르는 군구와 읍면동의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들 하나하나가 상향식 소통의 통로가 됨으로써,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이웃들에 대한 정보가 위까지 정확하게 전달돼 꼭 필요한 도움의 손길이 적시에 닿을 수 있기를 바란다.

김지영 인천광역시사회서비스원 정책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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