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행동이나 생각은 가지고 있는 가치관으로 투영되고 우리는 그가 지니는 가치관으로 사람을 예측하거나 판단한다. 폴란드 출신의 심리학자 밀턴 로키치는 가치관에 대해 ‘특정한 행동 방식, 존재 양식이 그 반대의 것보다 개인적, 사회적으로 더 바람직하다는 기본적인 신념’이라고 말하며 가치관은 옳고 그름, 바람직하거나 그렇지 않은 것을 선호하고 선택해 행동과 태도를 결정하는 준거가 된다고 했다.
그렇다면 우리의 대통령이 가지는 가치관은 어떠할까. 최초의 출퇴근 대통령, 홍수 피해와 10·29 참사라는 국가적 재난, 노동계와의 협상, 야당과의 예산안 협의, 해외순방 등을 보며 대통령의 생각과 태도는 대한민국이 나아가는 방향이며 국민들의 생활과 직결돼 있기에 그동안 보여 온 대통령의 언행을 통해 대통령의 가치관을 생각해 봤다.
첫 번째로는 언론관이다. 첫 용산 출퇴근 시대를 연 대통령답게 그는 언론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약속하며 첫 출근날부터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을 시작했고, 대통령의 첫 대답은 “일해야죠”라는 웃음 띤 얼굴이었다. 하지만 8월 미국 순방을 계기로 이 모든 것이 변했다. 정부와 여당은 대통령의 욕설을 보도하며 대통령을 비판했던 언론에 ‘가짜뉴스’라는 프레임을 씌워 항의와 보복을 강행했고, 대통령은 사적으로 가까운 관계라며 특정 언론과는 사유재산이 아닌 전용기에서 환담을 나눌 정도로 가깝게 지내나 비판적인 언론은 국익을 이유로 탑승도 배제했으며 대통령에게 이에 대한 사유를 따져 묻는 기자와 대통령실은 언성을 높이며 언쟁까지 벌였다. 그 결과는 잠정적 출근길 문답의 폐지이며 국익을 이유로 대통령의 회담과 활동에 대한 취재도 대통령실에서 주는 사진과 내용으로만 보도하라고 하고 있다. 맘에 안 드는 언론에 눈과 귀를 철저히 막았다.
두 번째로는 노동관이다. 불과 6개월 전인 6월10일, 화물연대 총파업 돌입 나흘째 되던 날 대통령은 “노동에 대해 적대적인 사람은 정치인이 될 수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라고 말하며
쟁점에 대해 정부가 개입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정부의 중립을 강조한 후 나흘 뒤인 6월14일 화물연대와 국토교통부의 협상이 타결됐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난 현재 정부는 노동계와의 대화보다는 마음에 들지 않는 노동계에 매정하게 권력으로 정의를 실현하고 있다. 여당은 소위 ‘노란봉투법’에 대해 ‘황건적 보호법’이니 ‘불법파업 조장법’이니 하는 자극적인 언사로 몰아가고 안전운임제와 일몰제의 법제화를 부르짖는 노동자를 외면하며 국제노동기구(ILO)가 화물연대 업무개시명령에 대해 정부의 의견을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직접 ‘범죄행위’라는 말로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운송 거부를 범죄행위라고 대통령이 직접 정의 내린 것이다. 대통령은 본인의 말처럼 노동에 적대적이지 않았다. 다만 비정할 뿐이었다.
마지막으로는 정치관이다. 대통령은 여당의 지도자가 아니고 국민 모두의 지도자가 돼야 함에도 6개월 동안 여당의 지도부와 심지어 ‘윤핵관’이라고 불리는 인사들과는 부부 모임을 할 정도로 가까이 지내면서 야당의 지도부와는 단 한 차례도 면담하지 않았다. 임기 초반부터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코앞에 둔 지금까지 협치를 강조하고 있지만 이런 상황에서 거대 야당이 협조해 줄 리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여당은 책임 있는 자세로 설득하는 과정이 보이지 않는다. 협치는 고사하고 야당과는 아예 담을 쌓겠다는 얘기다.
우리는 사상 초유로 맘에 안 드는 언론에는 눈과 귀를 막고 맘에 안 드는 노동자에게는 비정하며 맘에 안 드는 정치인에게는 담을 쌓고 있는 이분법적 가치관을 지닌 대통령을 맞이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대통령의 가치관은 ‘내 편 아니면 적’이다. 이분법적인 가치관을 지닌 대통령에게 대통령의 편이 아니라도 부디 많은 국민을 적으로 생각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윤준영 한세대 휴먼서비스대학원 공공정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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