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혼자 사는 20대 여성을 상대로 10차례의 연쇄 성폭행을 저지른 ‘수원 발발이’ 박병화가 15년의 형기를 마치고 화성시에 거주지를 마련했다. 지역사회는 발칵 뒤집혔다.
그의 거처는 약 1천500가구가 밀집한 원룸촌으로 초등학교와 500m, 대학교와는 불과 200m의 거리에 있다. 하필 과거 범행지역과 유사한 환경이자 성범죄로부터 취약한 학생들이 모여 있는 곳에 자리를 잡은 것이다. 그런데도 법무부는 ‘성범죄자의 주거지 결정에 관여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방관했다. 또 입주를 마친 후에야 사실을 알림으로써 지자체의 사전 대책 마련 기회를 박탈했다.
지역사회는 출소일이었던 지난 10월31일부터 그야말로 전쟁을 치르고 있다.
화성시는 소송, 제도 개선 등 대응책 마련과 출소자의 동향 파악에 분주해졌다. 주민들은 매일같이 퇴거를 요구하는 집회와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민간기동순찰대 등은 야간순찰을 진행 중이다. 정부의 무대책은 주민들에게 극도의 불안과 두려움을 안겼고, 지자체에는 계획에 없던 행정력의 소모를 불러일으켰다.
조두순, 김근식, 박병화 등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강력 성범죄자가 출소할 때마다 같은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 법무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앞으로 3년간 출소가 예정된 성폭력사범 수용자는 4천892명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66.7%인 3천265명이 19세 미만 대상 성폭력사범이다. 10년 이상 복역 후 출소하는 사례도 183명이나 된다.
성폭력은 재범률이 높은 범죄로 강력 성범죄자의 주거지를 제한해야 한다는 요구가 터져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이 문제에 관한 한 거주의 자유라는 기본권과 사회적 수용성은 조화되기 어려워 보인다.
현실성 있는 제도를 통해 지역사회의 불안과 갈등, 그리고 행정 낭비를 줄이고 출소자에게는 최소한의 거주권을 보장해 줘야 할 것이다. 최근 필자는 이러한 점을 반영해 법안(‘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강력 성범죄자가 출소하면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포함한 학교 주변 및 학생 밀집 지역에 거주를 제한하고 출소 전에 해당 지자체에 알리도록 했다.
성범죄 취약 대상을 보호하고 지자체가 미리 대책을 마련함으로써 주민들의 불안과 공포를 조금이나마 덜어 드리기 위해서다.
마침 법무부는 고위험 성범죄자의 재범 방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주거지 거리 제한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그동안 해당 논의는 ‘거주·이전의 자유’에 가로막혀 왔는데 어떤 결과가 나올지 주시하고 있다.
해외의 경우 형기 종료 후에도 입원 치료를 명령할 수 있거나 우리나라에서는 폐지된 보호수용제도가 활용되고 있다. 사회로부터 무기한 격리시킬 수 있는 제도를 채택한 나라들도 있다. 이번 기회에 외국은 물론 국민 법 감정에도 한참 미치지 못하는 성범죄자의 처벌 수위와 재범 위험성을 낮추지 못하는 교정제도의 한계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
‘성범죄자와 이웃으로 지내야 한다는 끔찍한 현실과 마주한 주민들의 애끓는 마음을 널리 헤아려 달라’는 시민단체의 요구는 분명 특정 지역에만 국한된 얘기는 아니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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