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지구를 벗어나 30여분 걸어 지도에 표시된 마리아치의 고향인 ‘플라자 데 로스 마리아치’에 도착한다. 점심시간이 지나 오후 한가한 때라 그런지 띄엄띄엄 마리아치 악단이 눈에 띄나 관광객들이 그들을 찾지 않아 악기 튜닝을 하고 손님의 이목을 끌려고 귀에 익은 곡을 연주한다.
마리아치 거리엔 이곳이 ‘마리아치의 고향’이라는 표지와 상징물이 여기저기 있고, 그들을 상징하는 대형 장식과 예술작품이 길거리 곳곳에 설치돼 있다. 여행객은 기념삼아 장식을 배경으로 흔적을 남기려 사진 찍기에 바쁘다.
한 현지인이 다가와 “어느 나라에서 왔느냐”고 해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김치” 하며 환영한다. 그리고 “멕시코 어디를 여행했고 다음 행선지가 어디냐”고 묻는다. 여행한 지역을 말하자 “원더풀”을 연발한다. “다음 행선지는 과나후아토”라고 하자 그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그곳은 과달라하라보다 작은 도시지만 멋진 곳이고, 그곳에서도 마리아치의 활동을 볼 수 있다고 알려준다. 그는 친절하게도 이 거리에서 마리아치 활동을 제대로 보려면 어둠이 찾아든 오후 7시 이후가 돼야 한다고 알려준다.
내일 과나후아토로 떠나야 하기에 마리아치 거리에서 화려한 그들의 모습을 보지 못하는 것이 아쉽지만 미국 노인 단체 여행객 앞에서 마리아치가 멕시코 출신 3인조 트리오 ‘로스 트레스 디아멘데스’가 발표해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았던 라틴음악의 고전 ‘보름달(Luna Llene)’을 연주해 잠시나마 그들의 음률과 화음에 혼을 빼앗겼다가 발길을 돌린다.
마리아치 거리에서 만난 그들의 복장은 통일성을 갖췄으나 그들의 다양한 얼굴 모습은 마치 멕시코 역사와 문화의 근간이 되는 ‘혼성’을 보는 듯하다. 그들은 지배와 피지배의 숙명으로 탄생한 유사성을 가졌지만 일찍이 자신들만의 독특한 정체성과 함께 마리아치라는 문화예술을 개척했다.
박태수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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