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한 나로 살기 위해선…'도시인의 월든', '라이프 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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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가 저물어가는 요즘, 어디론가 떠나 새로운 삶을 그려보고 진정한 자유를 찾고 싶은 욕망이 들기도 한다. 여기 두 권의 책이 있다. 데이비드 소로가 자연에서 머물며 인간의 온전한 행복 찾기에 나섰다면, 한국의 여성은 서울생활을 정리하고 미국의 시골에서 삶에 있는 여백을 즐기며 온전한 자신을 찾아가는 삶을 고스란히 옮겼다. 또 다른 책은 자유가 제한된 감옥이란 그늘에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을 만난 이야기를 담았다. 진정한 자유란, 정말 무엇일까.

■ 도시인의 월든(다산초당 刊)

미니멀라이프가 올바른 삶인 듯 한동안 유행처럼 번졌다. 모든 것에서 자유로워지고 진정한 나를 만나기 위해 가장 손쉽게 할 수 있는 수단으로 여겨졌던 셈이다. 복잡한 세상에서 온전한 나로 살기 위해선 어떤 삶을 추구하고 살아야 할까. ‘월든’의 데이비드 소로처럼 자연에 들어가 속세와 인연을 끊어야 하는 것일까. 그는 정말 온전한 삶을 영위했을까.

지난해 ‘숲속의 자본주의자’를 펴냈던 박혜윤 작가가 두 번째로 펴낸 ‘도시인의 월든’은 진정한 나를 얻기 위해 무엇인가를 해야한다는 강박을 덜어준다.

저자는 월든을 펴낸 데이비드 소로에 대해 온전히 극찬하지도 그의 삶을 추앙하지도 않는다. 소로는 자연 속에 살면서도 인근에서 어머니에게 빨래를 부탁했고, 친구들과 만나 유희를 즐겼고 자연 속에서 산 삶은 몇 해 되지 않는다고 밝힌다. 그러면서 아무것도 하지 말고, 그 어떤 것도 되지 말고, 아무것도 하지 말고, 그 어떤 것도 되지 말고, 삶에 있는 여백을 즐기라고 말한다. 발전에 대한 강박에 시달리느라 스스로를 괴롭히는 도시인들에게 모순되고 불완전한 삶을 그대로 향유했던 소로의 지혜, 정답에 집착하지 않는 저자의 통찰력이 어우러져 묘한 위로를 준다. 저자의 지혜와 확고한 철학이 녹아든 문장을 따라가다보면 월든의 호숫가처럼 평화로운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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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프 인사이드(어크로스 刊)

제한된 자유만이 허용된 수감자들에게 자유란 무엇일까, 평생 감옥에서 보내야 하는 무기징역수들에게 시간은 어떤 의미일까, 다른 사람에게 심각한 피해를 준 가해자들에게 용서란 무엇일까. ‘라이프 인사이드’는 감옥 안 철학 수업에 대한 기록이자, 감옥의 그늘에서 보낸 한 삶에 대한 회고록이다. 2016년부터 일반 강의실이 아닌 감옥에서 재소자들을 대상으로 철학을 가르친 앤디 웨스트. 그는 매일 감옥 안에 있는 사람들과 그들의 삶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그들이 스스로의 상황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모색하는 과정을 지켜보고 귀를 기울인다.

여성 수감자들은 페미니즘이 무엇인지, 페미니즘이 그들의 관점과 상황을 어떻게 바꿔 놓을 수 있을지 궁금해 한다. 젊은 흑인 남성들이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는 감옥에서 철학을 배우는 학생들은 인종의 개념이 허구인지 아닌지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가 아니라 감옥 안에서 묻는 ‘어떻게 살 것인가’는 더 절실하게 와닿는다.

책은 명확한 해답을 제시하지 못한다. 저자는 단지 재소자들과의 문답을 투명하게 보인다. 이로써 넓은 깊은 혼란 속에서도 인간과 삶은 얼마든지 나아갈 수 있다는 시원한 깨달음을 주는 점이 인상 깊다.

정자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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