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성탄절이 되면 기독교인이든 비기독교인이든 기쁜 마음으로 서로에게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인사를 건넨다.
종교를 막론하고 ‘크리스마스’라는 표현은 이제 자연스러운 말이 됐다. 과연 어떤 뜻일까? 크리스마스는 영어의 ‘christ’와 ‘mass’의 합성어이다. ‘christ’는 ‘기름 부음을 받은 자, 구원자’라는 뜻의 히브리어 ‘메시아’를 그리스어로 번역한 말이다.
‘mass’는 라틴어 동사 ‘파견하다(mittere)’가 명사화된 ‘파견(missa)’에서 따온 것으로, 가톨릭의 핵심 전례인 미사를 뜻한다. 즉, 크리스마스는 ‘구원자이신 예수그리스도의 미사’라는 의미로, ‘메리 크리스마스(Merry Christmas)’라고 하면 ‘즐거운 그리스도의 미사 되세요!’라는 뜻이 된다.
그리고 기독교인들에게 성탄절은 아주 특별한 날이다. 신이 인간이 된 사건이며 동시에 신의 본성과 인간의 본성을 모두 지닌 존재가 이 세상에 온 사건이다.
인간의 이성으로는 헤아릴 수 없는 개념이기에 하나의 신비로 이해한다. 성경은 이렇게 소개한다. “그분께서는 하느님의 모습을 지니셨지만, 하느님과 같음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으시고 오히려 당신 자신을 비우시어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사람들과 같이 되셨습니다(필리피서 2, 6-7).” 신이 우주 저 멀리 있는 존재가 아니라 우리와 가까워지기 위해 스스로 인간이 돼, 우리 인간에게 파견된 사건이다.
그리고 예수는 죽기 직전 제자들의 발을 닦아주며 이 세상에 온 이유를 밝힌다.
제자들도 스승처럼 가서 이웃들의 발을 닦아주는 봉사자가 되라고 말이다.
그래서 가톨릭교회에서는 예수의 첫째가는 제자이며 천국의 열쇠의 권한을 지닌 베드로의 후계자, 교황을 ‘종들의 종(servus servum)’이라 부르기도 한다.
바로 신이 인간이 되어 우리에게 파견된 이유, 그리고 당신 자신을 비우고 종의 모습을 취한 이유 역시 우리도 그분처럼 이웃들을 섬기고 봉사하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그리고 성탄절이 되면 아기 예수상을 모신 구유를 흔히 보게 된다. 그러나 사실 그러한 모습은 2천년 전부터 시작된 전통은 아니다. 1223년 아씨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이 성당에 마구간을 만들고 구유와 나귀를 놓으면서 시작됐다. 이는 가장 낮은 곳으로 임한 아기 예수의 겸손함과 동시에 신이 인간이 되었지만, 누구의 도움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아주 나약한 아기의 모습을 상징한다. 마찬가지로 이는 우리에게 가장 낮은 곳, 가장 가난한 곳, 가장 보잘것없는 곳에 예수가 있고, 그곳에 우리의 도움과 사랑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메시지도 담겨 있다.
올해는 ‘메리 크리스마스(즐거운 그리스도의 미사 되세요!)’라는 인사말이 단지 형식적인 인사치레로 끝나지 않았으면 한다.
크리스마스에 담긴 의미처럼 나보다는 가족과 이웃을 위해 따뜻한 정을 나눌 수 있는 연말연시가 됐으면 한다. “미리 크리스마스!”
김의태 수원가톨릭대 교회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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