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장애인 등 40여명 한마음... ‘우리도 할 수 있다’ 메시지 전달 평균 연령 68세 ‘동료애’로 극복... 단장 “지친 시민에 따뜻함 주고파”
‘10분’.
수원시장애인합창단(이하 합창단)에게 10분은 편견에 사로잡혀 있는 시각을 깨트리기 위한 예열 작업이다.
경증장애인은 동료 단원이 탄 휠체어를 밀어준다. 또 다른 단원은 눈이 불편한 동료의 팔을 가볍게 잡고 자리를 안내하며 시선을 관객에 두게 한다. 이처럼 끈끈한 동료애로 단상에 오른 이들은 목소리를 가다듬거나 악기를 어루만지는 등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감동을 선사할 준비를 마친다.
평균 연령 68세, 중증·시각·발달장애인 등 40여명으로 구성된 합창단은 지난 2001년부터 목소리와 악기로 자신감을 뿜어내고 있다. 매주 화·목요일 오후 7시에 호매실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열리는 연습에 단원들은 늘 행복한 표정으로 참여한다. 노래 한 곡을 준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4개월. 고령이다 보니 가사를 외우는 데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만 동료끼리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등 가족과 같은 분위기로 연습에 매진한다.
발달장애인 김연수씨(30) 역시 매주 화·목요일을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다. 5년 전 우연히 장애인체육대회에서 장기자랑으로 대상을 탄 김씨는 부모의 권유로 합창단에 들어가고 난 뒤 얼굴이 활짝 폈다. 비슷한 연령대가 없음에도 부모님 나이대인 단원들과 한목소리가 될 때 그의 음색은 선율에 춤을 춘다. 이를 계기로 김씨는 현재 성악을 배우는 등 합창단은 그의 인생에 전환점이 됐다.
8년째 합창단에서 색소폰 연주를 맡은 시각장애인 안태문씨(60)도 긍정적인 변화를 맞이했다. 지난 1일 WI컨벤션에서 열린 합창단의 정기연주회의 공연을 마친 안씨는 긴장감 탓에 연주가 끝났음에도 잠시 박수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이윽고 그의 고막에 ‘짝짝’ 소리가 들리자 성취감이 솟구쳤다. 특히 이 자리에 함께한 단원들의 가족, 자원봉사자들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고 색소폰 불기를 잘했다고 느꼈다.
장애라는 벽을 허무는 이들은 더 많은 시민 앞에서 공연하는 등 수원특례시의 홍보대사를 자처할 예정이다.
이종갑 단장은 “장애라는 제약이 있다 보니 폐쇄된 특정 공간에서 연습·공연을 할 수 밖에 없다”면서도 “우리는 할 수 있다. 비장애인처럼 야외 등 다양한 공간에서 노래를 통해 일상에 지친 시민들에게 따뜻함을 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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