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단상] ‘저출생·고령화’ 확실한 해법은 지역균형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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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민의힘 국회의원

우리나라에서 심화되고 있는 저출생 고령화 문제가 세계적인 이목까지 끌고 있다.

최근 CNN은 한국 정부가 인구 증가를 위해 16년간 2천억달러(약 260조원)를 투입했지만 세계 최저 출산율을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CNN의 보도처럼 지난 3분기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79명으로 전분기(0.75명)보다는 조금 높아졌지만 여전히 세계 최저 수준이다.

출산, 보육, 교육 분야에 대한 정부의 재정 지원은 당연히 필요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더 근원적인 문제가 있는데 우리는 그것을 찾아내고 해결하지 못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지역불균형발전이 저출생 고령화의 주범이며 대한민국을 소멸시킬 근본적인 원인이다. 지금은 비수도권의 젊은이들이 고향에서 직장을 갖기 어려우니 수도권으로 몰려든다. 자연스럽게 지역은 고령화된다.

그러나 수도권으로 몰려든 젊은이들은 좋은 직장을 구하기도 어렵고 집도 사기 어려우니 결혼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젊은이들이 몰려든 수도권의 출생률이 전국 최저라는 아이러니는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태어난 고향에서 어릴 때부터 지내던 친구, 친척들과 함께 좋은 교육을 받고, 고향에 있는 좋은 직장에 들어가서, 이들과 함께 여생을 보낼 수 있다면 그것이 행복한 삶이 아닐까? 이런 환경에서는 아이를 낳는 것을 망설일 이유가 없다. 내가 낳은 아이가 내가 죽고 나서도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 역시 수도권이라지만 수도권도 수도권 내 지역 간 불균형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에서는 주인공이 “경기도는 서울이라는 노른자를 감싸고 있는 계란 흰자”라는 여자친구의 말에 좌절하는 장면이 나오기도 했다.

서울에 비해 경기도의 다수 지역은 여전히 교통, 교육, 문화 인프라가 열악하다. 또 도내에서도 지역 간 격차가 심해 주민의 불만이 쌓이고 있기도 하다. 결국 서울만이 아니라 전국이 고르게 노른자가 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만이 저출생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는 확실한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이 일을 이룰 수 있을 것인가? 가장 중요한 일은 중앙정부가 독점하고 있는 법적·재정적 권한을 지방정부에 과감하게 이양하는 것이다.

다른 선진국에서는 여러 지자체가 서로 치열하게 지역 발전을 위해 글로벌 대기업 유치 경쟁을 벌인다. 미국에서 아마존이 두 번째 본사를 버지니아주에 짓기로 한 사례를 보자. 버지니아주는 아마존에 땅을 초장기간 무상 임대하고, 법인세를 받지 않고, 대학에서 특정 학과를 맞춤형으로 만들어 인재를 공급해 주겠다고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해 제2본사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벌써 미국의 인재들이 버지니아주의 대학에 몰려들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잘되고, 납품을 위해 중소기업들이 본사를 이전하거나 지사를 세우는 등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의 현실은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 각 지자체가 권한을 거의 갖고 있지 못하니 글로벌 대기업을 유치하고 싶어도 좋은 조건을 제시할 수 없는 것이다. 법인세는 국세여서 지방정부가 깎아줄 수도 없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지자체가 법적인 권한과 재정적인 권한을 충분히 갖고 다른 지자체들과 경쟁하며 독자적인 생존전략을 펼칠 수 있게 해야 한다.

필자는 제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을 지낼 때 가장 중요한 시대과제로 지역균형발전을 꼽았다. 당 대표 경선을 앞둔 지금도 지역불균형 해소를 1순위 과제로 꼽고 있다. 지금의 복합 위기를 막지 못하면 우리는 경기 침체, 재정 파탄, 인재 감소 등으로 추락할 위기에 놓일 것이다. 경기도의 미래와 청년 세대를 위해, 반드시 지역균형발전과 저출생 고령화 문제에 대한 해법을 마련할 것을 약속드린다.

안철수 국민의힘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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