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마비 한계 뛰어넘고 택시 면허 취득… ‘시민의 발’ 자처 지장협·한국교통안전공단 운전기사 양성 내실화 협력 MOU
“우리 같은 장애인들은 먹고 살길이 운전밖에 없기에 중무장한 친절과 안전으로 승객들을 만족시키고 있습니다”
편견을 딛고 택시 운전에 나선 장애인들이 운송 서비스 향상과 소득 증가를 노리는 등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지난 16일 오후 3시30분께 수원역 인근. 장애등급 3급 지체장애인 60대 김한규씨가 모는 차량이 서 있었다. 어릴 때 앓았던 소아마비로 오른쪽 다리가 불편한 김씨는 27년 동안 자동차 부품 대리점을 운영하다가 지난 2016년께 택시 면허를 취득한 후 시민의 발을 자처하고 있다.
브레이크 페달과 액셀러레이터가 반대로 설치된 차량은 장애로 인한 김씨의 한계를 뛰어넘게 하는 존재다.
실제로 수원역에서 경기도지체장애인협회(이하 지장협, 권선구 고색동)까지 약 20여분 동안 차량을 몰면서 장애에 따른 제약은 찾아볼 수 없었다. 특히 벌터교차로에서 갑작스럽게 우측으로 끼어든 차량에 김씨는 신속하게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다. 더욱이 고색동 점멸 신호에선 양방향을 좌우로 꼼꼼히 살피는 등 안전 운행에 각별히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김씨는 “운전적성정밀검사를 통과해 어떠한 상황에도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으며 운전에는 자신이 있다”며 “상당수 승객들도 편견 없이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씨 사례처럼 지장협과 한국교통안전공단(이하 공단)은 장애인택시운전원양성사업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 사업은 2종 보통 이상 운전면허를 소지한 도내 장애인(만 20~69세)을 대상으로 택시운전 자격증 취득비 등을 지원하는 게 주요 골자다. 지장협이 지난해 사업에 참여한 장애인 4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소득증진에 도움이 된다’는 답변이 59%를 차지하는 등 전반적으로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지장협과 공단은 지난 16일 지장협 대회의실에서 업무협약식을 갖고 해당 사업의 내실화에 협력하기로 했다. 지장협은 자격 취득을 위한 경제적 비용 지원을, 공단은 행정서비스 제공 등 기본적인 내용에 힘을 모으는 한편, 청각장애인을 위한 맞춤형 자격응시 동영상을 함께 개발하기로 했다.
김기호 지장협회장은 “이번 협약은 장애인에 대한 맞춤형 편의제공의 발판이 될 것”이라며 “장애인들의 자립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함께 노력하겠다. 이를 통해 장애인들이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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