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산하기관장 임명 개혁, 갈 길이 참 멀다

경기도 산하기관장 자리가 대부분 채워졌다. 민선 8기 시작을 전후해 공석이 됐던 자리다. 도의회 사정과 엮이면서 많이 늦어졌다. 우려했던 해는 넘기지 않아 다행이다. 예년에 비해 인선 과정의 잡음이 많지 않았다. 굳이 점수를 매긴다면 평균 정도로 보인다. 아쉽게 몇 가지 과제가 숙제로 남았다. 내부 출신이 배제된 외부 인사 편중이 여전했다. 줄줄이 임명된 전직 정치인들의 독점도 여전했다. 지사의 개혁 의지도 충분히 보여지지 않았다.

내부 직원 승진 배제가 새삼스러운 문제는 아니다. 어제오늘의 일도, 경기도만의 일도 아니다. 선거 공신(功臣)에 주는 전리품으로 여겨진다. 선출직 단체장 측근들이 대거 포진한다. 당연히 정의롭지 않다. 전문성 부족이 다반사다. 무엇보다 기관 내부 사기가 저하된다. 이 폐단을 바꾸려는 움직임이 앞서 있었다. 민선 7기 도정에서 중요한 기관의 대표가 내부에서 임명됐다. 기대만큼 열심히 했고, 연임까지 했다. 민선 8기에도 그 흐름이 이어지길 바랐다. 일부에서 그런 기대가 보였다. 경기연구원장 공모에 부원장 출신 등이 나섰다. 경기문화재단도 내부 출신이 출사표를 던졌다. 하지만 다 실패했다. 애초부터 경기도의 의지가 안 보였다. 민선 8기가 산하기관장 인선 기준을 말했는데, 거기 각 기관 내부 능력자 발탁은 없었다.

정치권 인사들의 독식이 여전했다. 전직 국회의원, 전직 경기도의원, 정당 지역위원장 출신 등이 많이 몰렸다. 대부분 업무 관련성이나 전문성에서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물론 이 문제를 경기도나 경기지사의 의지로만 푸는 데는 한계가 있다. 경기도의회가 청문 권한을 갖고 있다. 사실상 정치와 분점된 인사권이다. 여기에 중앙 정치도 무시할 수 없는 지방이다. 그럼에도 도민에 준 인식은 마찬가지다. ‘이번에도 자기들끼리 다 해 먹는다.’

김동연 지사의 개혁 의지도 부족했다. 정치에 밀리는 듯한 인사가 있었다. 고등학교 동문에게 주어진 자리도 있었다. 여기에 이상했던 경기도시공사 사장 공모도 있었다. 2명의 최종 후보를 ‘적임자 없다’며 되물렸다. 능력 있는 적임자를 찾는 과정이라고 봤다. 하지만 추가 공모에 응했다가 낙마한 후보군들이 내놓는 후평은 다르다. 미리 낙점된 후보를 뽑기 위해 ‘적임자 없음 결정’을 했다는 분석이 많다. 공연히 들러리만 서게 됐다고 말한다.

산하기관장 선임 개혁에 답은 없다. 논공행상의 현실적인 필요성을 무시할 순 없다. 정치권 인사를 무조건 배척하는 것도 옳지만은 않다. 그럼에도, 이번 결과에 논평을 남기는 이유는 김 지사가 던진 약속 때문이다. 취임을 전후해 그가 강조했던 산하기관장 선임 기준이 있다. ‘전문성을 가장 중요하게 따지겠다’ ‘사람 미리 정해 놓고 자리를 주지 않겠다’. 이 약속이 좋았던 만큼 결과를 끌어와 비교하게 되는 것이다. 그저 절반 정도의 실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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